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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하휘동·한선천 ‘춤과 두 남자의 케미스트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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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휘동(왼쪽)과 한선천.

Mnet ‘댄싱9’은 춤에 생소했던 대중을 단번에 매료시켰고, 여러 스타 댄서를 발굴했다. 특히 하휘동과 한선천은 그 열풍의 주역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D Classic 1st. 베르테르’로 오랜만에 한 무대에 오른다.

‘D 클래식’ 시리즈는 고전 명작을 무용수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댄스 프로젝트다. 첫 번째 시리즈인 이번 무대는 독일의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모티브로 구성했다. 하휘동·한선천을 비롯해 ‘댄싱9’의 안남근·윤전일·김수로·남진현·김홍인이 뭉쳐 7인 7색의 베르테르를 춤으로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서 하휘동과 한선천은 베르테르의 갈등과 죽음을 표현한다. 듀엣 무대도 준비중이라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직접 만난 그들은 수줍은 미소를 짓다가도 사진 촬영을 위해 춤의 한 동작을 선보이자마자 눈빛이 달라졌다.

몸과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두 사람. 그들은 함께 했을 때 더욱 빛났다. 한 사람은 비보잉, 한 사람은 현대무용. 열 살 터울의 나이,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춤을 추는 사람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의 특별한 조합. 하휘동·한선천의 화학 작용은 곧 시너지를 발휘했다.

같이 공연하는 건 오랜만인가요.

한선천 그렇죠. 작년 ‘디포유(D4U)’ 공연 이후 행사 이외에 같이 하는 건 오랜만이에요.

하휘동 ‘베르테르’ 공연에서 개인, 합동무대 외에 저희 두 사람이 하는 무대도 있어요. 생각보다 연습 진도가 빠르게 진행됐어요. 이제 약간 디테일 다듬고 호흡을 좀 더 맞춰보면 될 것 같아요. 개인무대는 알아서 잘 할 걸 아니까 걱정 안 해요.

–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나요.

한선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어떻게 보면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긴데 그 안에서 사랑·슬픔·죽음·갈등 이런 여러 가지 주제를 7인의 무용수가 나눠서 표현해요. 저희가 맡은 것은 갈등과 죽음. 갈등하다가 마지막 죽음으로 치닫는 것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해요. 휘동 형은 극단적인 면을 표현하고 저는 극단적인 죽음보다는 감성적이고 몽환적으로 그려낼 것 같아요. 개인무대는 이렇게 하고 오프닝과 피날레는 다 같이 합동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 서로 개인무대 연습하는 것을 본 적 있는지.

한선천 없어요. 원래 잘 안 보여줘요.(웃음)

하휘동 성향이 그래요. 리허설 할 때도 제대로 안 보여주거든요. 선천이는 자기 색깔이 분명해요. 남자지만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죠.

한선천 중성적인 거라고 해주세요.

하휘동 네 죄송합니다. (웃음) 약간 몽롱함도 느껴지고, 예쁘다고 해야 하나… 모성애를 자극하고 저와 반대되는 느낌이지만 ‘베르테르’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이번 공연이 뮤지컬 베르테르의 창작 1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공연 때 뮤지컬 넘버를 사용하기도 하나요.

하휘동 오프닝과 엔딩 무대에 뮤지컬 넘버가 사용돼요. 저희 둘이 함께 하는 무대 음악은 선천이가 골랐어요.

한선천 처음에는 모든 무대를 뮤지컬 넘버로 해볼까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댄스 스포츠, 현대무용, 비보이 등 다 색깔이 달라서 각자 생각하는 ‘베르테르’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골라 마음껏 보여주기로 했죠.

– ‘베르테르라는 남자에 대해 솔직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하휘동 사실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시대도 다르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한선천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너무 어려워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그 시대에 이 책이 나왔을 때 파장이 컸잖아요. 청년들이 따라죽기도 하고 ‘베르테르 증후군’이라는 말도 나오고. 저한테는 조금 어려운 인물이지만 지금도 분명 베르테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 그런 사랑을 할 자신이 있나요.

하휘동 제가요? 저는 아니요.(웃음)

한선천 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감성적인 면이 많아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하휘동 아직 어리구나. 제가 많이 찌들었나 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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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9’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출연하지 않았다면 두 분 다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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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휘동 여전히 춤추고 있을 것 같아요. 비보잉 활동도 하고 나이 많은 댄서. 대신 돈을 벌어야 하니까 투잡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원래 ‘댄싱9’ 나가기 전 친구와 의류 쪽 일을 하려고 알아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춤추고 있어요.

한선천 회의감이 들어 무용을 그만두고, 미용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던 중 페이스북에서 ‘댄싱9’ 광고를 봤어요.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했죠. 만약 안 나갔다면 학생들 가르치면서 공연도 하고 투잡으로 다른 일도 했을 것 같아요.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웃음)

– 두 분에게 댄싱9’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하휘동 좋은 산을 하나 올랐다고 생각해요. 많이 보고 느끼고 좋은 경치를 만끽하고 하산했죠.

한선천 삶의 터닝포인트이자 고마운 친구 같은 존재.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죠. 모든 게 고마워요.

– 지금까지 수많은 무대에 섰을 텐데 잊지 못할 무대가 있나요.

한선천 작년에 했던 뮤지컬 ‘킹키부츠’. 처음 도전하는 분야였고 여러 선배 배우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넓은 세상을 본 것 같아요. 남자가 아닌 여장남자로서 비키니도 입고 안 해봤던 것을 해봐서 새로웠죠. 저한테는 충격이었어요.(웃음)

하휘동 보는 사람도 충격이었어요. 너무 잘하고 이런 끼가 있었나 싶어 깜짝 놀랐죠. 저는 잊지 못할 무대가 너무 많지만, ‘베르테르’가 잊지 못할 무대가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 댄서로서 자신의 장점을 말한다면.

하휘동 반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비보잉 하게 안 생겼다는 말도 자주 들었고, 보기와 달리 무대에서 파워풀하고 테크닉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거든요.

한선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 표현.(웃음)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면서 무브먼트를 만들 때는 제가 좋아서 추는 것도 있지만 관객분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걸 많이 생각하며 표현하려고 해요.

– 서로의 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휘동 선천이는 그 누구와 서 있어도 본인이 돋보여요. 그게 쉽지 않은데 어디에서도 튀니까 좋아요. 딱 봐도 선천이 같고 구석에 놔둬도 “한선천 저기 있네!” 그렇게 먼저 보여요. (옆에서 고개를 갸웃하며 의구심을 보이는 한선천) 칭찬이야~ 돋보인다 이거지.

한선천 칭찬 맞아?(웃음) 형은 자기 춤에 대해 확신이 있어요. 사실 연습을 같이 하면 잘 안 움직여요. 보여주지도 않고.(웃음) 현대무용 같은 경우는 연습할 때 서로 맞춰보며 연습하거든요. 서로 스타일이 다르지만 호흡을 많이 맞춰 보지 않아도 형은 믿음을 주는 것 같아요. ‘하휘동’이라는 이름 자체가 확신을 주죠.

하휘동 믿음을 주는 게 맞아? 내가 연습할 때?

한선천 제가 항상 그래요. “형, 빨리 뭐라도 좀 해봐요.” 그러면 “가만히 있어 봐, 하고 있잖아.” 그렇게 말만 해요. 근데 할 때는 또 확실하게 보여주니까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겨요.

– 서로의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하휘동 ‘킹키부츠’에서 파격적인 노출과 중성적인 매력에 굉장히 놀랐어요. 공중에서 다리를 쫙 찢어서 땅으로 떨어지는데 얘가 이렇게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멋있었어요. 그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기도 했고요.

한선천 ‘댄싱9’ 시즌 1 마지막에 했던 형의 솔로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댄싱9’을 하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거든요. 레드윙즈 팀이 우승하고 마지막 MVP 무대를 하는데 그동안 해왔던 형의 이야기와 허탈하고 후련함, 감사한 마음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아 멋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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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댄서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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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휘동 스톰이라고 독일에서 비보이로 활동하는 분인데 옛날부터 시대를 많이 앞섰고 올드 스쿨의 다양한 장르를 계속하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면 비보잉이라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저보다 열 살 이상 많은 걸로 아는데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으니까 대단하죠.

한선천 지금 딱 생각나는 사람은 ‘댄싱9’ 함께 했던 (최)수진 누나와, (이)선태형. 제가 어렸을 때 두 사람의 동아무용콩쿠르 영상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춤을 추고 상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언제까지 춤출 수 있을 것 같은지, 아니 언제까지 춤추고 싶은가요.

하휘동 저는 집에서도 음악 틀고 춤을 춰요. 춤을 즐기는 건 인생 끝까지, 죽기 전까지 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대에도 설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서고 싶어요.

한선천 춤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몸을 흔들고 클럽에서 춤을 추듯, 춤은 마음만 먹으면 평생 출 수 있어요. 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계속 활동하고 작품 만들고 싶어요.

– 댄서를 꿈꾸며 춤을 배우는 10대들이 많아요.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하휘동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모니터를 많이 해요. 잘못된 점을 고치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요.

한선천 무용을 배우다 보면 기본적인 테크닉을 배우게 되는데 선생님을 똑같이 따라 하기 쉬워요. 자기의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신체가 다 다르잖아요. 키, 체형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무언가를 따라 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서 그걸 더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자기의 가치관을 조금 더 확립했으면 좋겠어요.

– 하휘동씨는 실용무용과 전임교수로 임용되기도 했어요.

하휘동 내년부터 합니다만, 사실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댄서들한테는 뻔한 길일 수도 있는데 제가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니고 이것도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학생들을 가르쳐 좋은 댄서가 된다면 저한테도 뿌듯할 것 같아 도전해봤어요.

– 두 분 다 댄서로 만족하지 않고 여러 방면에 도전하며 즐기는 것 같은데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하휘동 저는 목표를 두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처음 춤을 시작할 때는 춤 올림픽 나가서 우승하면 대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승하고 난 후 현실은 여전히 아무도 몰라주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오래 하다 보니 더 목표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오래 춤추고 공연을 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 유지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계속 제 공연을 보러 올 수 있게 믿음을 주고 싶어요.

한선천 제일 가깝게 생각하는 목표는 연기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거예요. 다양한 걸 접하며 다른 젊은 아티스트들과 모여서 팀을 꾸리고 교류하고 싶어요. 제가 원하는 삶이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 연기, 미술, 춤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거기서 나오는 제 예술관을 보여주는 삶이요.

– 올해도 댄싱9’베르테르까지 바쁘게 보내고 있는데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하휘동 12월에도 공연이 있을 것 같아요. 올해 제 댄스팀 개인 공연을 했는데 앙코르 공연도 계획 중이에요. 사실 놀고 싶어요. 일주일 이상은 시간이 나야 여행을 갈 텐데 여의치가 않아요.

한선천 저희가 항상 얘기하는 게 여행 가고 싶다 그러죠.(웃음) 저도 작은 공연들이 있을 것 같고 계속 연기도 배우며 다른 작품 오디션도 많이 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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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Classic 1st. 베르테르’ 포스터 [사진=CJ E&M]

댄스프로젝트 ‘D Classic 1st. 베르테르10.30?11.1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하휘동, 안남근, 윤전일, 김수로, 한선천, 남진현, 김홍인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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