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KF-X 예산 670억 의결 유보 … 10년 후 완료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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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형 전투기(KF-X)와 차기 전투기(F-X) 사업 예산이 26일 국회에서 패키지로 의결이 보류됐다.

국방위 “기술이전 안 돼 대안 필요”
차기 전투기 사업도 패키지로 미뤄
방사청, 이르면 오늘 대통령 보고

 국회 국방위원회는 26일 예산소위원회를 열고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논란을 겪고 있는 KF-X 사업 예산 670억원에 대한 의결을 유보시켰다. 소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전투기 국산화의 필요성에는 여야가 공감했지만 27일 소위에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를 불러 기술 개발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들은 뒤 예산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기 전투기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F-35A를 도입하면서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핵심기술 이전이 어려워지면서 F-X 사업으로도 불똥이 튄 것이다. 정부는 올해 F-35A를 도입하기 위한 예산 6000억원가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방위는 “기술이전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도입 자체에 대한 추가 고민이 필요하다”며 역시 의결을 하지 않았다. 당초 소위는 두 사업 모두 예산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내년도 예산이 삭감될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정부 원안 통과를 요구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사청이 짠 내년도 예산(1618억원)을 기획재정부가 이미 670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며 “2025년에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완료하려면 내년부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야 하는데 현재 예산으론 계획 대비 41% 수준밖에 작업을 할 수 없어 예산이 삭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KF-X 사업이 예산 위기까지 봉착한 상황에서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방사청(청장 장명진)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기로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르면 27일 보고를 하기 위해 청와대와 시간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보고에는 F-X 사업 초기부터 미국이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꺼려 왔지만 기술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 이유 등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거절한 4개의 기술 중 적외선탐색 추적장비(IRST)와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 장비(RF 재머) 등 3개는 이미 국내에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그래도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에 계속 추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보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방사청은 전투기 개발의 핵심 중 핵심인 다기능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의 경우 해외 기술을 도입하되 최대한 빨리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지만 개발 시한을 맞추기 빠듯하다”며 “우선 해외에서 기술 도입을 해 초도기 생산을 하되 시간과 예산을 투입해 국산화를 이루는 2단계 개발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방사청 보고를 받는 건 KF-X 사업의 재검토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특정인을 문책하기 위한 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끊임없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이 나온다. KF-X 사업의 전제였던 F-X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핵심기술 이전’을 약속했던 F-15SE를 탈락시키고 기술이전을 거부한 F-35A를 선정할 당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술이전이 어렵다는 것은 (F-35A를 선정할 당시가 아닌) 국가안보실장 취임 이후인 지난 9월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방추위원이던 새정치연합 정진 전문위원은 “방추위원장이 기술이전 불가 사실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김 실장의 발언은 위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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