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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의 노예’ 벗어나고 싶죠, 병원 가서 치료 받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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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는 담배를 ‘정신·행동장애’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본인의 건강은 물론 2, 3차 간접흡연으로 가족의 건강마저 위협한다. ‘흡연은 곧 질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흡연은 죽음에 이르는 질병, 금연만이 치료입니다
의사 상담, 전문 의약품 처방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덕에
금연 성공률 50% 이상 가능

하지만 끊고 싶어도 못 끊는 게 담배다. 자신의 의지만으론 한계가 있다. 본인 의지에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더하면 금연은 한층 쉬워진다. 이달부터 정부의 금연정책이 확대되면서 전문의약품 이용 비용은 담배 한 개비(300원)보다 싸졌다. 바로 지금이 금연을 시작할 적기다.

한 가지 장점도 없는 백해무익 물질

흡연은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담배 속 니코틴은 중독으로 인한 정신·행동장애를 유발한다.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69종의 발암물질과 7000여 종의 유해물질은 암, 심·뇌혈관, 호흡기질환 등 거의 모든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964년 흡연과 건강의 연관성을 최초로 밝힌 ‘테리 보고서’가 발간된 뒤 흡연의 폐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흡연자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안다. 보건복지부 흡연 실태조사(2010) 결과를 보면 10명 중 6명(58.7%)이 금연을 시도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71.8%)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금연은 시도에 머물렀다. 담배의 중독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담배를 피울 때 흡수되는 니코틴이 중독의 핵심 물질”이라고 말했다. 니코틴은 뇌에 작용해 쾌락 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일시적으로 안정감과 긴장 완화를 느낀다.

문제는 니코틴의 중독성이 카페인, 알코올 등 다른 중독 물질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니코틴의 빠른 흡수력이다. 김 교수는 “기체 상태의 니코틴이 뇌를 자극하기까진 불과 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쉽게 구할 수 있고 즉각적인 쾌락을 느낄 수 있어 더 쉽고 강하게 중독된다”고 말했다. 자극 횟수도 다른 물질에 비해 훨씬 잦다. 김 교수는 “한 번에 열 번 담배 연기를 빨아들인다고 하면 하루 담배 한 갑(20개비)를 피우는 흡연자는 뇌가 200번 자극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10명 중 9명은 ‘니코틴의 노예’가 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는 "장시간, 많은 양의 니코틴에 노출될수록 뇌 속 니코틴 수용체의 숫자는 늘어난다”고 말했다. 체내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불안, 짜증, 초조함 등을 느끼는 금단현상을 겪는다. 이런 ‘니코틴 내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다. 담배는 습관화되고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스스로 담배를 끊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의지만으로 담배 끊는 사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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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본인의 의지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금연 초기 ‘위기 언덕’을 극복하지 못해 좌절한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백 교수는 “흡연이 중독으로 인한 질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니코틴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금연 방법이 등장했다”며 “니코틴 패치, 껌, 사탕 등의 니코틴 대체재는 담배를 못 피울 때 생기는 금단증상을 완화시켜 보다 쉽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니코틴 대체재는 ‘중독’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흡수되는 니코틴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흡연이 유발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도 몸을 지킬 수 있어 안전하다. 단, 니코틴 대체재를 단기간 사용하는 것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김 교수는 “금단증상을 완화하면서도 중독에는 이르지 않을 정도로 혈중 니코틴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니코틴 껌의 경우 니코틴 함량이 2mL·4mL로 각각 다르고 패치는 저·중·고 세 가지로 나뉘어 있다. 백 교수는 “니코틴 의존성이 높은 초반에는 보다 강력한 니코틴 대체재를 사용하다가 이를 서서히 낮춰가야 영구적인 금연이 가능하다”며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사용량과 기간, 부작용, 효과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 의약품은 담배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항우울제인 웰부트린(성분명 부프로피온)이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가 대표적이다. 약 성분이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뇌를 ‘변화’시킨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약물이 니코틴 수용체에 붙어 담배 맛을 못 느끼게 하고, 늘어난 니코틴 수용체의 수를 줄여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도록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문의약품은 발열, 식욕부진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은 후 사용해야 한다.

니코틴을 조절하면 금연 성공률은 20% 이상 높아진다. 게다가 효과는 단계별로 쌓인다. 김 교수는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5% 미만이지만 패치나 껌 등 니코틴 대체재를 사용하면 확률이 20%가량 높아지고, 약제 처방 여부에 따라 성공률을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니코틴 대체제, 금연 성공률 높여

의료진의 상담 역시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백 교수는 “의사가 3분가량 금연을 권고하는 것만으로도 금연 성공률이 1.7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상담을 통해 흡연자의 행동 수정, 심리 상담을 통한 지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흡연자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금단현상과 스트레스를 각각 분리·관리할 수 있어 ‘쉬운 금연’을 도와준다. 백 교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진단으로 흡연자의 환경에 맞는 금연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의료진이 금연 동기를 유발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은 금연의 첫걸음”이라며 “흡연자가 흡연과 금연의 장단점을 사분면에 직접 채워 보는 ‘결정 저울(decisional balance)’ 방법 등 검증된 치료법을 활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프로젝트 100)

◆테리 보고서=1964년 미국 공중보건국이 발간한 ‘흡연과 건강’ 보고서를 말한다. 당시 국장이었던 루서 테리(luther terry)의 이름을 따 ‘테리 보고서’라 불린다. 2년간 7000건의 연구를 검토해 흡연과 폐암, 만성 기관지염 등 일부 질병 간의 상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흡연은 질병’이라는 대중의 인식 전환을 일으켰다.

금연 의료서비스 이렇게 이용하세요
현재 전국 2만여 곳의 금연 참여 의료기관이 있다. 흡연자에게 1년에 총 2회, 최소 8주에서 최대 12주간 체계적인 금연 진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19일부터 정부 금연정책이 확대되면서 기존 40% 수준이던 진료비·금연치료제 본인 부담 비용은 2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전문 의약품인 챔픽스의 경우 84일치 본인부담 비용은 19만3464원에서 8만8990원으로 절반 이상 낮아져 하루 1000원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면 비용이 추가 지원돼 1만7800원(하루 약 212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전국 18곳의 지역별 금연지원센터는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흡연자를 위한 ‘찾아가는 금연 지원 서비스’, 중증 고도 흡연자를 위한 ‘금연캠프’ 등 맞춤형 금연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문의 및 신청은 센터별 전화나 홈페이지(www.nosmokeguide.or.kr)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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