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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눈물 대신 박수, 최진철호의 색다른 이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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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눈물로 점철된, 평범한 이별 장면이 아니었다. 환한 미소와 따뜻한 포옹, 박수와 환호가 함께 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헤어짐마저 특별했다.

최진철호는 24일 밤(한국시간) 무릎 부상을 당한 중앙수비수 최재영(17·포항제철고)을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최재영은 지난 18일 브라질과의 17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1-0승)에서 브라질 선수와 충돌해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하지만 다친 몸으로 혼자 귀국길에 오를 수 없어 한동안 선수단과 함께 지냈다. 조별리그 경기 분석을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칠레에 파견한 테크니컬스터디그룹 멤버들이 일정을 마치면서 최재영이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24일 대표팀 숙소 호텔 로비에서 조촐한 환송식이 열렸다. 공항으로 떠나는 최재영을 선수단 모두가 배웅했다. 최진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 최순호 축구협회 부회장 겸 선수단장, 장외룡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함께 했다. 호텔 로비에서 최재영과 마주한 최 감독은 진한 포옹으로 제자를 격려했다. 최 감독은 "재활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마음 급하게 먹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부상 부위를 치료하라고 조언했다"면서 "재영이는 내가 이 팀을 맡은 직후부터 계속 함께 했던 제자라 더욱 안타깝지만, 잘 극복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친 무릎 때문에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야했지만, 큰 대회를 준비하며 우리 팀과 함께 한 모든 경험들이 재영이가 더욱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재영은 U-17 대표팀 선전의 숨은 공로자다. 부상 때문에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동료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했지만,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동료들 곁에서 "힘내라. 너희들은 할 수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환송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량에 오르기 직전까지 "힘내라! 화이팅!"을 외치며 동료들에게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떠나는 제자를 묵묵히 바라보던 최 감독도 최재영의 밝은 모습에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다. 장외룡 부위원장의 주도로 '대한민국 박수'까지 함께 치고서 최재영은 웃으며 떠났다.

부상 선수까지도 '원 팀'에 힘을 보탠 최진철호는 한국 축구 FIFA 주관 메이저리그 도전사를 통틀어 조별리그 최고 성적(2승1무 무실점)으로 B조 1위 16강을 확정지었다. 최 감독은 "재영이도 그간 심적인 부담감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다치고서 마음을 비운 뒤 비로소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면서 "재영이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한창 성장하는 17살 안팎이다. 경기 뿐만 아니라 부상을 극복하는 과정도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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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킴보(칠레)=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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