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된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게 지난해 6월 이후라고 밝혔다.
김관진 “안보실장 된 뒤 보고 받았다”
이병기 “주철기, 대통령 보고 미흡”
야당 “주 전 수석 경질만으론 안 돼
국회 국정조사 통해 의혹 밝혀야”
기재부는 KF-X 예산 60% 삭감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다. 그는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안 시점을 묻는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의 질의에 대해 “(2014년) 9월 F-35A로 기종이 결정되고, 계약이 이뤄지고, 양해각서가 작성됐을 때 핵심기술에 대한 결론은 (이전 불가로) 거의 난 상태였다”며 “제게 보고가 된 건 장관을 마치고 안보실장으로 와서였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2014년 6월 국방부 장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실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당시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된다는 사실이 보도돼 온 국민이 알게 됐다”고 권 의원이 지적하자 “저는 그 이전에 (미국의 불가 방침을) 알았다”면서도 “대통령에게 따로 보고드린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보고) 루트는 국방비서실, 외교안보수석실을 통해 올라가게 돼 있었다”며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의 보고 누락을 지적했다.
운영위에 함께 출석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술이전 불가를 박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한 시점에 대해 “지난 9월 22일”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최근 사퇴한 주 전 수석의 경질 배경에 대해 “네 가지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조금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주 전 수석이 어떻게든지 (기술이전을) 살려보려는 노력을 하느라 보고가 다소 늦어진 것 같다”며 “한두 달 정도 늦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주 전 수석은 이 정부 들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을 모셔왔고 저와는 외교부에서 같이 시작한 사람이지만 상당히 피곤해했다”며 주 전 수석의 사퇴 이유가 일신상의 사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KF-X 사업의 기술이전 논란과 관련해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애초에 첨단기술을 해외에 팔지 않는 게 미국 방침인데 그것을 마치 사올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게 잘못됐던 것 같다”며 “그 일에 책임질 사람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은 “주 전 수석을 경질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진 실장은 운영위에서 네 가지 핵심기술에 대해 “이 기술을 받지 않으면 항공기 사업을 할 수 없는 게 결코 아니다”며 “우리 자체 개발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ESA(다기능 능동전자 주사) 레이더 같은 경우 이미 국방과학연구소가 2006년부터 응용과제로 선정해 지금은 시험과제 1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10년 후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병기 실장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KF-X 사업 첫 해인 내년도 관련 예산을 당초 국방부가 요청한 금액의 40%인 670억원 편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는 지난 6월 1618억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가 “기술이전 거부 등으로 사업이 불확실하다”며 요구액의 약 60%를 삭감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글=김형구·이은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