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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판화로 다시 새긴 원불교 가르침 “물질 농간 때문에 우리 삶이 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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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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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이철수의 2013년 작. [사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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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
이철수 지음, 문학동네
492쪽, 3만8000원

“큰 세계에 태어나서, 우리 이렇게 옹색한 삶을 삽니다.” 판화가 이철수(61)씨는 우리가 욕심 덩어리로 사는 이유를 “물질의 농간이지” 싶다고 했다. 일찌감치 ‘한 소식’을 듣고 농사를 지으며 선(禪)을 추구해온 그는 판화 경전(經典)이라 부를 만한 작품으로 독서 좌선을 실천해왔다.

 이 작가가 최근 몰두해온 작업은 1916년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1891~1943)의 『대종경』이다. 소태산 대종사 말씀의 핵심은 “천하 사람이 다 행할 수 있는 것은 천하의 큰 도요, 적은 수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도”라는 구절에 있다.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도야말로 ‘참도’라는 깨달음이 진하다. 100주년을 맞은 원불교의 정전(正典)을 읽으며 그는 크고 깊으면서도 쉽고 따듯한 지혜의 목소리에 저절로 조각칼을 들었다. “전인미답의 물질개벽 속에서 정신의 무한도전이 될 ‘마음개벽’을 시대의 화두로 삼을 수 있을 따름”이라는 생각으로 200점 연작판화를 새겼다.

 11월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와 나란히 나온 판화집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는 겨레의 지혜서와 만나 환희심에 찬 그가 “제게 좋으니 모두에게 좋을 거라고” 품은 마음의 합창이다. 공명의 울림이 진하다. 서울전에 이어 내년 1월 3일까지 대구·광주·익산·부산·대전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대종경』 초기 필사본 및 영인본 8권이 함께 나온다. 02-399-1165.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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