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 기술 중 2개에 대해 이미 자체 기술 개발을 마치고 시제품까지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과학연, 함정용 적외선 추적장비 등 제작
“전투기에 적용 땐 어떤 일 발생할지 지켜봐야”
고난도 기술 AESA 레이더는 아직 성공 못 해
본지가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2015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를 참관한 결과 ADD가 국내 업체와 함께 만든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와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 TGP)’의 시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다만 보안을 이유로 일반 전시 공간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인사들에게만 공개하고 있었다. IRST는 레이더파를 쏘지 않고도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일종의 레이더이고, EO TGP는 유도탄 및 폭탄을 정밀 유도하는 장치다.
미국은 지난 4월 이 2개 기술과 함께 다기능 능동전자 주사(AESA) 레이더,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 등 항공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미션컴퓨터에 통합하는 4개 핵심 기술의 이전을 거부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KF-X 기술 이전과 관련해 말바꾸기를 하는 동안 산하기관(ADD)과 업체들이 그나마 체면을 세운 모양새다. ADD와 업체 관계자는 “RF 재머도 개발을 끝냈으나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 주장대로라면 4개 핵심 기술 중 3개 기술의 개발을 이미 끝냈다.
ADD 관계자는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신형 자동차가 운행 중 결함이 발생하는 것처럼 시제품은 만들었지만 이게 전투기와 조합됐을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며 “실제 전투기에 적용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선 미완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전시된 장비 중 IRST는 함정용으로 제작했다. 정홍용 ADD 소장은 “함정용 IRST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다”며 “전투기용으로 개조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제품을 살펴본 정경두 공군참모총장도 “조금만 개선한다면 KF-X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투기에 장착하는 핵심 기술인 AESA 레이더의 경우 절반 크기 정도(500모듈)의 개발에만 성공했을 뿐 실제 크기(1000모듈)로 만드는 건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라고 ADD 관계자들이 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