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논쟁

포털뉴스 규제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기사 이미지

지난달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터넷 포털뉴스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후 포털뉴스를 규제해야 하는가를 놓고 다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포털뉴스의 왜곡과 규제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포털들은 뉴스 생산이
아닌 단순 유통 창구라는 점에서 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나 포털뉴스가 묶음제공 혹은 편집을 통해 여론의 방향을 결정하는 절대 강자가 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양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기사 이미지

포털뉴스 역할 재점검해야

기사 이미지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0년 뉴스 제공을 시작한 인터넷 포털은 지금 국내 뉴스 유통시장에서 절대 강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고 듣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9%는 매일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거나 듣는다. 지상파 뉴스(54%)보다는 낮지만 종이신문(7.4%)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그러나 포털뉴스를 비롯해 신문·방송 등 모든 매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하락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필자는 우리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포털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포털의 문제는 우리 언론의 핵심 과제이다.

사람들은 포털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검색도구 제공업체”라고 강변하고 있다. 포털은 뉴스 콘텐트를 중개할 뿐,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싫든 좋든 포털이 짜놓은 틀 속에서 뉴스가 유통된다는 점에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포털은 언론의 질서를 만드는 권력이다. 네이버 같은 거대 공룡이 기존 언론사를 압도함으로써 개별 언론은 네이버의 수요독점 체제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수요독점 시장에서 뉴스 판매자(언론사)는 구매자(네이버)의 가격 정책에 휘둘린다. 국내 언론사들은 원가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을 받고 포털에 뉴스를 넘기고 있다. 포털은 약탈적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남기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강화되면서 매체가 언론사로 살아 있으려면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털뉴스는 또 ‘뉴스는 공짜’라는 질서를 만들었다. 최소한 뉴스 이용자에게는 그렇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좋은 일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값싼 제품은 품질도 나빠지게 마련이다. 품이 들어가는 고품격 뉴스는 슬그머니 사라진다. 포털에서 헐값에 유통되는데 누가 심혈을 기울여 뉴스를 만들겠는가. 언론사는 많아졌지만 볼만한 뉴스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포털뉴스는 우리 언론의 뉴스 콘텐트 질을 하향 평준화시켰다. 언론사들은 포털에서의 클릭을 겨냥한 감각적인 연성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네이버에 나오는 인기 검색어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기사 베끼기에 몰두한다. 검색을 통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한다. 또 내용과 다른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싣는다. 어뷰징 기사가 남발되고 있다. 알바 인력들이 정규 저널리즘 훈련을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뉴스의 다양성이 커지기는커녕 비슷비슷한 뉴스가 난립하고 있다.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의 특징은 그 사회의 품격을 정하고 미래를 결정한다.

셋째, 포털뉴스는 우리 사회 소통 구조의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포털뉴스는 정보 획득과 유통, 소비의 확산으로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큰 진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포털뉴스가 언론 권력이 됨으로써 나타난 사회적 폐해는 방치되고 있다. 많은 언론사가 마케팅 원리에 따라 감각적이고 찰나적인 콘텐트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은 우리 사회 소통 구조를 병들게 하고 있다. 건강한 소통 구조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필수적 요소이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포털의 위상과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포털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침소봉대(針小棒大)식 회피 또는 우회 전략은 우리의 공론장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언론 유관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언론권력 포털이 야기한 사회적 병폐를 광범위하게 점검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포털뉴스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계기로 포털의 사회적 위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포털 언론 규제 실익 적어

기사 이미지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포털뉴스를 둘러싼 논쟁이 10여 년을 끌고 있다. 이 논쟁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포털뉴스는 언론인가?” 이 질문에 포털뉴스는 편집과 같은 언론 기능을 통해 사회적 의제 설정을 하고 그에 따라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즉 제도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답한다면 우리는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가?

 포털뉴스가 일종의 게이트 키핑 행위를 통해 ‘세상을 보는 창’을 제공한다는 데에는 국내외 대다수 연구자가 동의한다. 기계적 알고리즘이든 사람에 의해서든 간에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편집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발행인으로서 언론사의 지위인지 디지털정보매개자(digital intermediary)로서 다른 사회적 책임인지는 우리가 고민할 사안이다.

 포털의 언론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채택한다면 표현의 자유, 즉 자유로운 편집행위가 보장되는 것이 맞다. 세계적으로 신문에 대한 규제법을 찾기 어려운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이다. 신문 및 인터넷신문을 의무등록하게 만든 한국의 신문법은 세계적으로 특이한 형태다. 그러나 이 법에는 표현의 보호, 산업진흥, 언론의 사회적 책임 조항이 함께 있다. 신문법상 언론사에 대한 규제 역시 자율규제와 최소한의 제도적 규제에 머물러 있다.

 물론 정부의 허가 및 승인이 필요한 방송과 통신산업은 다르다. 특히 방송은 공적 내용 심의를 받는 등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 포털뉴스를 규제하자는 일단의 주장은 언론적 책임을 방송규제 차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제모델 관점에서 방송과 인터넷은 전혀 다른 맥락에 있다. 인터넷은 방송과 다르게 완전경쟁시장으로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다. 그렇다고 무규제 영역은 아니다. 포털은 부가통신사업자로 정보통신망법과 이용집중 현상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기사 제목 수정의 문제는 저작권협약의 문제로 사적 영역으로 판단된다.

 포털은 신문법상으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다. 직접 콘텐트를 생산하지 않고 매개하기 때문에 기사 배열에 대한 책임과 인격권 침해에 대한 언론중재 제도상의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포털뉴스의 편집 공정성 이슈는 그 영향력을 놓고 볼 때 모니터링이 필요한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방송의 ‘공정성’ 심의처럼 자칫 정당정치의 소재로 정쟁만 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 공정성을 판정할 기준이나 방법론이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포털뉴스가 미디어책무시스템(투명한 편집정책, 옴부즈맨 제도와 같은 독자위원회 등)을 갖출 것을 요구해 왔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자체적으로 편집정책의 공표나 전문가 위원회를 꾸렸지만 사회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왜 이런 조치들이 설득력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양 포털들이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율규제활동을 통해 편집 모니터링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내는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아쉽다.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라 할 수 있는 오프컴은 검색포털을 ‘미디어 다원주의 정책’에 포함시킬지를 고민하고 있다. 정보나 사상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데 있어 디지털정보매개자가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색중립성’ 개념을 두고 다수의 학자들이 검색포털에 대한 규제프레임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전개되는 포털규제론에는 ‘미디어 다원주의’나 ‘검색중립성’과 같은 핵심 정책개념들을 찾기 힘들다. 뉴스산업의 생태환경으로서 공정한 경쟁환경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논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가 특정한 이해관계에 의해 차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뉴스 검색 서비스에 있어서는 개방성이 구현되고, 편집 배열에 있어서는 품질과 평판을 반영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실험해서 뉴스 공급자와 유통자의 자원이 공유되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