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4000억원이 투입될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기술이전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21일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해진 상황인 만큼 책임을 진다고 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3차)에서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기종을 선정할 당시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이었다. 국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 실장은 장관 시절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F-X 사업에 대해선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F-X 사업에서 선정되는 전투기 제조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할 예정이었다. 김 실장이 ‘책임’ 문제를 언급한 건 2013년 9월 3일 국방위 현안질의에서였다(이하 직책은 당시 직책).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기종 결정을 예하기관(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맡겨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책임 소재가 없다.”
▶김관진 장관=“국방 업무에 국방장관이 책임을 안 지는 분야는 하나도 없다. 어떤 것도 장관의 책임이다.”
▶김 의원=“(방추위가) 결정하면 장관이 바꿀 수 없지 않은가.”
▶김 장관=“국민 세금 8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F-X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할 것이다.”
F-X 사업엔 당시 미국 보잉사의 F-15SE, 록히드마틴의 F-35A, 에어버스(옛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최종 후보로 올랐다. 당시엔 F-15SE가 유력했다. 국방위원장이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F-35A나 유로파이터는 완전히 끝났고 F-15SE를 사거나 (계약을) 유찰하는 대안밖에 없지 않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방추위가 그렇게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투기를 선정할 방추위 위원장은 국방장관이었다.
그날 회의에서 이용걸 방사청장은 “3개 기종 모두 항공전자 및 비행제어 등 핵심기술 이전에 합의했다”고도 보고했다. ‘항공전자와 비행제어 등’은 고성능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최근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기술 4개를 포괄한다. 이 청장은 “가장 중점을 둔 게 기술이전”이라며 “3개 기종 모두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전에 합의했다”고 했다. 이 청장의 말은 2년이 지난 지금 거짓말이 됐다.
그로부터 3주일 뒤인 2013년 9월 24일 김 장관은 방추위를 소집해 F-15SE 선정을 취소한다. 그러곤 6개월 뒤(2014년 3월 24일) F-35A로 기종을 변경했다.
2013년 9월 24일 방추위 회의에서 김 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은 3급 비밀로 분류된 방추위 회의록을 열람한 뒤 10월 8일 국방위에서 질문을 했다. 김 장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달 14일 국방위 국정감사에선 “정무적 판단을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무적이라는 의미는 국민의 관심이 대단히 크니 올바로 가야 된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21일 자신의 2년 전 발언에 대해 “정무적이라는 말은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예산 이외에 과학기술 추세와 군사 능력, 한·미 공조의 ‘킬체인’(북 핵·미사일 선제 타격체제) 등을 고려하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예산에 묶여 F-15SE를 들여왔다면 구형으로 들여오느냐는 비판이 일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F-X(Fighter eXperimental) 사업=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 진행 중인 3차 사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 4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 사업= ‘보라매사업’으로 불리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 18조4000억원을 들여 국산 중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F-X 사업을 통해 이전받는 핵심기술을 토대로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