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제 때(만삭으로) 낳을 수 있다는 생각 말고 모든 것이 정상이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조산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근영(산부인과) 교수가 19일 오후 2시에 생방송된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명의가 본 기적’(이하 ‘명의’) 10회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이 교수는 고위험 임신 질환 분야 국내 최고 명의로 꼽힌다.
늦은 결혼으로 겪을 수 있는 ^조기 진통 ^분만 중 출혈 ^중증 임신중독증 같은 고위험 임신 질환은 불청객처럼 찾아 온다.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에게 이런저런 조언이 붙는 이유다.
자궁경부무력증도 그 중 하나다. 이 질환은 보통 임신 중기에 나타나며 자궁 경부가 미리 벌어져 유산 또는 조산하게 된다. 그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산부의과 중에서도 조산 분야의 권위자다. 다른 병원으로부터 자궁경부무력증 의심 산모의 치료를 의뢰받기도 하며, 자궁 내 압력을 낮춘 후 응급 자궁경부 봉합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도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과 석·박사를 졸업한 이 교수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했다. 2010년도까지 강남성심병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와 산부인과학교실 주임교수, 한림대 의료원 부의료원장과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과장을 겸임 중이다. 또 대한태아의학회의 회장과 대한산부인과학회 보험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이 교수가 중앙일보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와 주고 받은 주요 일문일답.
- 고위험 임신이란 어떤 상태인가?
- "고위험 임신이란 임신 중 위험인자가 있는 것을 말한다. 위험인자가 산모에게 있어도, 태아에게 있어도 고위험 임신이다. 산모에게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는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내과질환?임신 중 당뇨 등 이 있다. 최근엔 고령임신도 고위험 임신에 속한다. 양수가 적거나 태반이 밑에 위치하는 경도 모두 고위험 임신에 속한다. 고위험 임신의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 고위험 임신이 임산부에게 나타날 확률은?
- "해가 갈수록 임신 연령이 높아져서 수치가 더 올라갔는데, 거의 40% 전후로 예측된다."
- 과거에는 고위험 임신 환자가 출산에 성공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을 것 같다. 최근 고위험 임신 환자의 출산 성공률이 높아진 비결은?
- "내가 의과대학 다니던 시절보다 고위험 임신을 진단하는 법과 치료하는 법 모두가 발전했다. 신생아와 23주~24주 된 태아도 생존한다. 최근엔 혈관조형술이라는 기술도 등장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 우리 프로그램명이 '명의가 본 기적'이다. 교수님의 시술을 받아 기적적으로 살아난 환자들이 있는가.
- "첫번째는 1998년에 응급 자궁경부봉합술이라는 것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시켰던 것이다. 두 번째 환자는 자궁경부초기암으로 자궁경부를 완전히 도려내는 수술을 했었던 환자다. 이 환자는 수술 후 자궁경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임신을 포기한 상태였다. 난소도 기능이 상당히 상태가 나빴다. 하지만 복식자궁경부봉합술을 통해 그 당시 아기를 살려냈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지에도 소개된 적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2년 전에 홍콩 중문대학에서 자궁경부암 수술을 해서 자궁경부가 없을 때 여러 가지 시도를 했던 것이다. 복식자궁경부봉합술을 성공했다."
- 실제로 조산하는 임신부들이 그렇게 많나?
- "조산과 자궁경부무력증, 즉 자궁경부무력증은 조산의 일종이다. 조산이라는 것은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것이다. 2012년 UN의 보고한 바에 의하면 조산이 1500만 명에 이른다. 110만 명이 합병증으로 죽는다. UN에서 2012년 말에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네 번째 프로젝트로 지정했다. 의사들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산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알 수 없고 진단도 정확하지 않다. 치료방법도 다양하다. 앞으로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
- 자궁경부무력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알 수 없는 이유로 임신 중기(14∼27주) 때 자궁경부가 미리 벌어지는 바람에 아직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한 태아를 낳게 되는 경우다. 자궁경부무력증은 대부분의 임신부가 유산 위험이 사라졌다고 안심하기 쉬운 임신 중기(14∼27주)에 양수가 흘러 '이슬이 비친다'거나 배가 아픈 진통 같은 특별한 경고사인도 없이 자궁경부가 열리면서 미숙아를 분만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본격적으로 눈·코·입과 장기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아이를 잃게 되는 것이라 임신 3∼4개월 이내 유산을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좌절감이 크다."
- 흔한 질환인가?
- "정의나 진단이 명확하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1%에서 2% 전후라고 생각한다.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조산은 경험이 많은 의사조차 자주 경험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이 병을 다루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에서 자궁경부무력증 진단을 받은 산모는 연간 1480여 명이다. 2009년의 650여 명보다 2.3배가 늘어났지만 결코 많은 숫자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분만건수는 연간 40만 건 이상이다."
- 원인은 무엇인가?
- "선천적인 원인도 있고, 이전에 유산을 한 경험이나 감염?유전 등의 요인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 방송을 보고 있는 임신한 여성들 입장에선 '혹시 내가 해당되는 건 아닐까'해서 궁금한 점이 많을 것 같다. 증상이 뚜렷한 게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 있다면.
- "자궁경부무력증이 굉장히 중요하고, 생기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산모들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의사들이 자궁경부무력증에 대해 관심이 많아, 많은 논문을 쓰고 교육을 하고 있다. 임신 중 자궁경부상태를 초음파 등을 통해 자주 보게 되는데 상태를 자주 검사하는 것이 좋다. 임상 증상 중 비특이적이고 확실하진 않더라도, 허리가 많이 아프고 냉이 많아지고 배가 뻐근하다거나 하는 증상이 있다면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무력증은 16주에서 24, 25주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에 성공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확률은?
- “결국은 자궁경부가 약해서 열리는 것이니까, 자궁경부를 강화시켜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는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를 지탱시켜주고, 염증도 보호하고, 면역학적으로 자궁경부를 보호하는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이란 호르몬 약도 각광받고 있다."
- 시술한 환자 중 출산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됐나?
- "자궁경부봉합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보통, 이전에 조산을 한 경험이 있어 자궁경부무력증이 의심될 때 임신 14주쯤에 하는 수술이 있다. 또, 초음파로 봤을 때 자궁경부가 깔때기모양으로 짧아지면 하게 되는 긴급 봉합술이 있다. 양막(羊膜)이 풍선처럼 튀어나왔을 때 하는 응급 경부봉합술도 있고, 마지막으로 자궁경부를 밑으로 도저히 접근하기 힘들 때 배를 열어서 수술하는 방법도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성공확률은 90% 정도 된다."
- 자궁경부무력증 예방법이 있나?
- "산모가 임신하면 만삭으로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모든 것이 정상이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며, 자궁경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전에 조산 경험이 있다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6주에서 24, 25주 사이를 예의주시하고, 비특이적 증상을 무시하지 않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궁경부무력증클리닉을 운영 중인데, 얼마나 됐나. 운영 계기가 있다면?
- -"2000년도부터 운영 중이다. 1998년, 양수 감압 후 아기집(양막)을 제 위치로 안전하게 되돌려놓는 응급 자궁경부무력증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술해 귀한 생명을 구했다. 그때 이 일이 평생 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할 것이다. 자궁경부무력증의 발생 빈도는 높진 않지만 발생 시점과 적절한 시기에 잘 관리해야하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산 위기에 처한 임신 중기의 태아 천여 명을 만삭까지 지켜, 온전한 정상아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면.
- "평생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3000 회 이상의 자궁경부봉합술을 하면서 모은 자궁경부무력증 산모와 신생아의 양수·조직·분비물·태반·점액·혈액 등 바이오뱅크(생체조직은행)를 기반으로, 여전히 불투명한 자궁경부무력증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자궁경부무력증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싶다."
정리 김하온 기자 kim.haon@joongang.co.kr 홍준영 인턴기자
촬영 김상호·이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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