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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담은 미래, 디자인 신바람 부는 빛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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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6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가 ‘디자인 신명’을 주제로 다음달 13일까지 열린다. ‘아시아 디자인 허브’ 전은 전시장에 나무집을 지어 공간을 연출했다. [광주광역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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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전시장 입구에 날아갈 듯 흘려 쓴 현수막이 나부꼈다. 맞은편엔 이에 답하듯 ‘꽃도 핀다’ ‘물은 흐른다’라고 내려 쓴 현수막이 걸렸다. 이들 현수막은 각각 한국·일본·중국 전시관의 문패가 됐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제2관의 ‘아시아 디자인 허브’ 전이다. 정원과 금속제 다실(茶室)을 중심으로 한 일본관(하시모토 가즈유키 도쿄예술대 부학장), 베이징의 도시와 주거 디자인의 어제와 오늘을 살핀 중국관(양동지앙 칭화대 교수) 등 동아시아 각국의 주생활·식생활 전통이 현대에 어떻게 변용됐는지 보여줬다. 한국관 앞에는 노일훈의 탄소섬유 의자가 놓였다. 우리의 전통적 가치 지향을 미래 소재에 담은 작품이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35개국 디자이너 3000점 한자리
소쇄원 닮은 산책로 따라 감상도
광주 지역 브랜드 개발 첫 시도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 9명
기업과 손잡고 조명·식기 만들어

 제6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총감독 최경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장)가 ‘디자인 신명’을 주제로 지난 15일 개막, 다음달 13일까지 열린다. 광주 브랜딩,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의 르 코르뷔제 관련 자료전, 디자인 R&D 등의 볼거리를 마련했다. 35개국 디자이너의 3000여 점이 출품됐다.

대규모 설치미술을 위한 공간인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소품 위주의 디자인전이 왜소해 보이지 않도록 연출에 신경썼다. 전시장 동선을 소쇄원을 닮은 산책로처럼 구획하거나(국가홍보상징관-몽환), 나무집을 짓거나(아시아 디자인 허브), 회전초밥집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전시품을 돌리는(뉴 이탈리안 디자인) 식이다. 다만 뉴욕현대미술관(MoMA) 특별전 ‘험블 마스터피스’는 이미 2008년 서울 예술의전당서 선보인 전시의 틀거리를 가져왔고, ‘뉴 이탈리안 디자인’은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의 순회전으로 새로움이 덜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방점은 ‘광주 브랜딩’, 알레산드로 멘디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오딜 덱, 정수, 송봉규 등 국내외 디자이너 9명이 광주의 중소기업과 짝을 이뤄 조명·식기류를 디자인했다. 예산 5억원으로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현지 기업서 대량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15일 개막 기자회견에서 우범기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은 “디자인 비엔날레는 축제가 아니다. 광주 산업의 미래이며 돈이다. 지금까지 5번의 디자인 비엔날레를 열었으나 이를 통해 광주에서 생산된 제품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각 문화의 최전선에서 이 시대 담론을 형성하는 비엔날레라는 대규모 국제전의 특성과 상충되는 이 발언은 그간 디자인 비엔날레가 겪어온 진통을 보여준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광주 비엔날레가 생긴 지 10년 만인 2005년 시작됐다. 광주 비엔날레 재단에서 격년으로 미술전과 디자인전을 준비하다가 디자인전은 올해부터 광주 디자인센터로 이관했다. 예술과 담론보다는 산업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중시하겠다는 취지다. 최경란 감독은 “중요한 것은 산업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방향의 산업화냐이다. 협업의 노하우를 축적해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왜 광주에서 디자인 비엔날레를 여느냐’는 의구심에 대한 대답”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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