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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성장 촉진? 피케티와 대척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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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호 18면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앵거스 디턴(사진)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밝힌 수상 이유는 ▶소비 결정과 관련한 계량적 분석 ▶미시계량경제학을 활용한 총소비 연구?▶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과 빈곤 측정에서의 가구조사 통계 활용 등 세 가지다. 여기서 도드라지는 문구는 ‘계량적 분석’과 ‘통계’다. 미시경제학자인 디턴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국가 단위의 집적통계자료(aggregate data)에 의존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지난해 『저명한 경제학자들』이란 책에 수록된 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요즘 경제학자들은 예전에 비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생산하는 사람들과 훨씬 적은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활용하는 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그 데이터들은 다른 자료에 의해 반박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관행적으로 그런 자료들을 무시하고 있다.”


거시적인 연구를 하더라도 통계의 정확성 여부와 개인의 소비 및 저축 행태를 현실감 있게 분석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책이다. 디턴은 거시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의 소비와 관련된 미시경제학적 자료를 활용해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연구했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불평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실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에 대한 관점을 얘기한 것이다.국내 일부 언론에선 디턴이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거나 디턴과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대척점에 서 있다는 등의 보도를 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디턴이 완벽하게 평등한 상태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했지만 불평등해야 성장이 된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불평등이 너무 심해지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디턴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또 선진국을 연구 대상으로 한 피케티와 개발도상국 경제를 분석한 디턴을 대척점에 놓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이준구(경제학) 교수도 “경제발전 초기엔 불평등이 심화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성장의 가속화와 불평등 심화가 동시에 관찰됐다고 해서 불평등이 성장의 동력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턴이 말했다는 부분은 불평등이 심화하다 경제가 궤도에 오르면 차츰 평등해진다는 쿠즈네츠 가설과 맥을 같이 한다”며 “하지만 미국·일본·한국 등 성숙한 경제에선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이론”이라고 덧붙였다.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는 각 나라가 어떤 정책기조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미국의 불평등 정도가 유독 두드러진 게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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