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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인연은 잊어라 ‘金의 전쟁’ 시작됐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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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호 23면


2015 프로야구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은 이제 셋뿐이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NC와 두산이다. 나란히 모자에 ‘D’자를 새긴 NC와 두산, 두 팀의 정규시즌 성적은 8승8패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오늘(18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PO·5전3승제)가 진짜 승부처다. 흥미로운 것은 두 팀의 수장인 김경문(57) NC 감독과 김태형(48) 두산 감독의 인연이다. 14년간 한솥밥을 먹은 두 사람은 포스트시즌(PS)에서 첫 맞대결을 벌인다.

김경문(왼쪽)과 김태형이 함께 찍은 1991년 사진. [사진 두산 베어스]

비슷한 길 걸은 포수 출신 지도자두 명의 김 감독이 걸어온 길은 비슷하다. NC감독 김경문은 프로 원년인 1982시즌 OB의 우승을 견인했다. 수퍼스타는 아니었지만 훌륭한 포수였다. 기본기가 탄탄했고, 투수들을 잘 다독이며 이끌었다. 타격 실력은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다. 9년간 통산 700경기를 뛰면서 타율 0.220을 기록했다. 허리디스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OB 입단 뒤 받은 계약금으로 집에서 쓸 운동기구를 살 정도로 프로 정신이 투철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88년 서울 올림픽 대표팀 멤버다. 대학 최고 포수였던 그는 90년 OB에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뛰었다. 그 역시 수비형 포수였다. 뛰어난 투수 리드와 강한 어깨(도루저지율 0.320)가 장점이었다. 12년간 통산 타율은 0.227. 95년에는 두산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부상 탓에 고생했다는 건 김경문 감독과 공통점이다.


두 사람이 같은 유니폼을 입은 시간도 길었다. 함께 뛴 것은 91년이 유일하지만 코치-선수(1998~2001), 코치-코치(2002~2003), 감독-코치(2004~2011)로 14년을 동고동락했다. 자연스럽게 지도자로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 김경문 감독의 철칙은 ‘야구에 관해서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감독이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꼭 지켜야 한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비슷하다. 시즌 내내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외유내강 형이다. 과묵하지만 좌중을 압도한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선배이기도 했다. OB 운영팀에서 일했던 구경백 IB스포츠해설위원은 “김경문 감독이 포구 요령이나 블로킹 등을 김태형 감독에게 직접 가르쳐줬던 게 기억난다. 당시에는 벤치에서 사인을 거의 내지 않고 포수가 투수에게 공 배합을 주문했다. 김경문 감독이 후배인 김태형 감독에게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 시절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후배들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지적했다. 별명도 ‘불곰’이었다. 구단 관계자를 대하는 태도는 또 달랐다. 98년 주장이었던 김 감독은 선수들의 처우에 관련한 문제에 관해서는 당당하게 구단 사장에게 말했다. 대신 ‘감성’이 아닌 ‘이성’을 내세웠다. 자신이 생각해 간 것을 조목조목 말했다. 두산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차기 감독감’이란 평가도 나왔다.


두 사람은 지도자가 된 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김경문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뒤 고집과 뚝심을 보여줬다. 2007년 신고선수 출신 김현수에게 3번을 맡긴 게 대표적이다. 당시 야구계에서는 스무 살의 어린 선수에게 중심타순을 맡기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였고, 김현수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능력도 탁월하다.


김태형 감독은 부드러움을 더했다. 두산 감독이 된 뒤 그는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대해주려고 했다.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최고참인 홍성흔과 주장 오재원을 통해 전달했다. 김태형 감독은 “김인식·김경문 감독이 롤모델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당장 화가 나도 꾹 참는 것이다. 내 성격과는 다른 부분인데 나도 모르게 배운 것 같다”고 했다.

탄탄한 NC, 뒷심의 두산 백중지세NC는 마운드가 강하고, 수비도 탄탄하다. 팀 평균자책점(4.26)과 실책(69개) 부문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다승왕에 오른 에이스 해커(19승5패 평균자책점 3.13)와 6월 말부터 합류한 스튜어트(8승2패 평균자책점 2.68)라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다. 불펜 진도 견고하다. 올 시즌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의 승률이 96.2%(76승3패)로 가장 높다. 최금강-임정호-김진성-임창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덕분이다.

NC 최고의 타자는 역시 외국인 선수 테임즈다. 정규시즌 MVP 후보인 테임즈는 타율(0.381), 출루율(0.497), 장타율(0.790), 득점(130개) 등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홈런(47개)과 타점(140개)은 3위와 2위. 테임즈 앞뒤로 나서는 이호준과 나성범도 각각 24홈런·110타점, 28홈런·135타점을 올렸다. 단기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기동력도 갖췄다. NC는 팀도루 부문에서도 1위(204개)다. 박민우(46개), 김종호(41개), 테임즈(40개) 등 3명의 선수가 4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두산도 마운드 높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렸던 에이스 니퍼트가 구위를 되찾은 덕분이다. 니퍼트는 넥센과의 준PO 1차전에서 최고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장원준도 2차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PS 선발승을 올렸다. 유희관이 시즌 막판부터 다소 부진한 것과 외국인 투수 스와잭이 오른팔 상태가 좋지 않아 빠진 것이 걱정거리다. 그래서 왼손타자 중심인 NC를 상대할 좌완 불펜 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성환 해설위원은 “구위만 보면 두산 왼손 요원들의 상태가 매우 좋다. 이현호·함덕주·이현승·진야곱까지 모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이는 것’ 외의 싸움에선 두산이 우세다. 두산은 준PO 4차전에서 7점 차 리드를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정규시즌에서도 두산은 리그 최다인 39차례의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경험도 많다. PO 1·2·5차전은 NC의 홈구장인 창원 마산구장, 3·4차전은 두산의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 열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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