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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보관 골프공 5년 이상 사용 … 차 트렁크 보관은 금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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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호 23면

골프를 하면서 쓰라린 경험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연습장에선 공이 잘 맞아 우쭐하다가도 정작 필드에선 쪼로와 뒤땅을 거듭하면서 좌절한 적도 많다. 후배 앞에서 뭔가 보여주겠다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 샷을 했다가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쓰라린 추억은 라운드 도중 공이 떨어져 쩔쩔 맸던 경험이다. 캘리포니아의 골프스쿨에서 연수하던 시절, 동료들과 첫 라운드에 나섰다가 준비해 간 공 6개를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300야드를 넘나드는 젊은 미국 학생들을 쫓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무수한 오비(OB)를 낸 거다. 처음 보는 사이에 공이 다 떨어졌으니 빌려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던 처지. 결국 골프백에서 겨울철 눈밭에서나 쓰는 오렌지색 컬러공 한 알을 찾아내 간신히 라운드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독자분들은 라운드 때 마다 보통 몇 개의 공을 사용하시는지. 싱글 핸디캡 골퍼들은 많아야 3개, 어떤 이는 1~2개면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왕초보들이야 한 더즌(12개)이 들어있는 한 박스로도 모자를 것이다. 아예 30개가 넘는 중고공을 양파 담는 꾸러미에 담아 필드에 나온 이도 봤다.


골프공 12개 들이 한 상자의 가격은 보통 4만 원을 넘는다. 물론 2만~3만원 대도 있지만 7만원을 넘는 것도 적지 않다. 그래서 라운드 중 공을 잃어버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공에서 삑삑하는 소리가 나게 할 순 없을까. 그러면 쉽게 찾을 수 있을텐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공 안에 작은 칩을 심어놓은 뒤 공이 사라질 때마다 리모컨 같은 장치를 누르면 무선으로 소리가 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1973년 처음으로 이런 공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골프협회는 당장 반발했다. 공식 골프대회에서 이런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했다. 최근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란 기술을 활용하면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지만 역시 공식 대회에선 이런 공을 사용하는 게 금지돼 있다(첨단 기술을 활용해 공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면 골퍼들은 좋겠지만 골프공을 만드는 회사들의 표정은 일그러질 게 분명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부에 칩을 심은 공은 인기가 없다.


공은 예나 지금이나 꽤 비싸다. 17세기 영국에서 새의 깃털로 만든 페더리 공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숙련된 기술자도 하루에 고작 3~4개의 공을 만들면 끝이었다. 그래서 공 한 개의 가격이 2~5실링 정도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으로 치면 한 개에 1만~2만원을 넘었던 셈이다.


이렇게 비싼 공의 내구 연한은 얼마나 될까. 보통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제조일로부터 1년 정도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뜨거운 보통 햇볕을 피해 상온의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면 유통 기한이 5년을 넘어도 큰 지장은 없다. 여름철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두는 건 공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온도는 얼마일까. 미국골프협회(USGA)에 따르면 최적의 온도는 섭씨 23도다. 영하 5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선 비거리가 5야드 이상 줄어든다.


정제원 기자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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