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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배터리 필요 없는 디지털 기기 충전 시대 눈앞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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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호 1 면

디지털 시대다. 너도나도 스마트폰·태블릿PC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 모두 전기가 필요한 기기다. 그 결과 ‘충전대란’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가면 전원 콘센트는 온통 스마트폰 충전기가 차지하고 있기 일쑤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배터리 수명 연장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지만 똑 부러지는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같은 ‘전원 기근 디지털 풍경화’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전원을 꽂거나 배터리를 갈지 않아도 전기를 얻어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프리볼트의 내부. 전파를 감지해 직류전력으로 바꾸고 이를 전원으로 충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하면 ‘희박한 공기’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전기로 휴대전화·웨어러블·태블릿·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전원을 충전할 수 있다. 용이 불을 뿜고 요정이 날아다니는 판타지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공상이 아니다. 영국의 엔지니어 출신 기업인이자 노동당 정권에서 과학부 장관을 지냈던 폴 드레이슨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실제 기술이다. 드레이슨이 운영하는 드레이슨테크놀로지가 런던 임페리얼대의 도움을 받아 개발했다. 아직은 저용량 발전만 가능하지만 용량이 확대되면 디지털 기기의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드레이슨테크놀로지 개발 드레이슨은 지난 9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프리볼트(Freevolt)’라는 이름의 획기적인 전원 충전용 기기를 개발해 선보였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프리볼트는 허공에 떠다니는 와이파이·방송·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파신호를 포착한 뒤 이를 미세 전류로 전환시켜 디지털 기기를 충전하는 기기다. 황당해 보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설명된다.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석유나 석탄으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화석연료의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한 것이 된다. 프리볼트는 파동 형태의 에너지로 존재하는 전파신호를 전기에너지로 바꾼 것이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프리볼트 안테나가 전파신호를 받은 뒤 이를 회로로 흐르게 한다. 회로는 이 전파신호를 직류(DC)로 바꾼다. 이 직류 에너지는 전원 관리 모듈에 공급돼 전압을 올리게 되며 이 전압은 배터리나 축전기 같은 다른 에너지 저장기기를 충전하게 된다. 프리볼트는 ‘주변 환경 후방산란(ambient backscatter)’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2개의 배터리 없는 기기가 공기 중의 무선신호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로 교신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결과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도 기기와 센서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주변 전파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용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프리볼트는 아무런 에너지도, 원료도 들일 필요 없이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따라서 전기요금도 낼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봉이 김선달 같은 방식이다. 드레이슨은 이런 방식으로 전기를 확보하는 작업을 ‘수확한다’라고 표현하는데 ‘줍는다’란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이를 ‘미세 발전’ ‘저용량 발전’ ‘전파 이용 발전’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전기 생산비 안 들어 전기료 안 내 드레이슨은 이날 런던의 왕립과학원(RI)에 모인 청중 앞에서 프리볼트를 시연했다. 전파신호를 이용한 발전이 이론이 아니고 실제로 가능함을 확인해 보인 셈이다. 그가 이를 시연한 RI의 대형 강의실은 19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물리학자 겸 화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가 풀러 석좌교수 자격으로 종신 근무하면서 전기자기장 연구를 한 유서 깊은 곳이다.


 드레이슨은 우선 강의실 안에 얼마나 많은 전파신호 에너지가 존재하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다음 자신이 개발한 프리볼트 시스템을 활용해 그 에너지를 모아 스피커 전원으로 사용했다. 이어 프리볼트를 이용해 공중에서 수확한 전기로 가동되는 클린스페이스(CleanSpace)라는 이름의 최신 대기오염 감지기를 작동하는 시범까지 보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인 드레이슨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클린스페이스는 개인이 얼마나 많은 오염 공기를 접했느냐를 보여 주는 기기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방자치정부에 개선을 촉구할 수 있게 하는 공익 기능을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이 기기의 배터리는 프리볼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충전된다. 따로 전원을 연결하거나 건전지를 넣 어줄 필요가 전혀 없다.


사물인터넷 획기적인 발전 이끌듯 이미 특허 등록이 된 프리볼트는 웨어러블부터 센서까지 저용량 전기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의 혁명적인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본격적으로 개발·보급되고 있는 사물인터넷은 인터넷 연결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온도 측정, 인간의 건강데이터 측정, 사물의 상태 측정 등 수많은 센서가 필요하다. 이 센서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한데 배터리 성능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비용도 문제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은 해킹을 비롯한 보안 문제와 함께 관련 센서에 대한 초미세 전원 확보가 과제였는데 프리볼트 덕분에 간단히 해결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프리볼트는 우선 수많은 도난 방지 센서를 사용하는 수퍼마켓에서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망했다. 영국 내 수퍼마켓에서는 현재 수십억 개의 센서가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저용량 충전 기술 개발 경쟁 치열 드레이슨은 프리볼트에 적용한 전파신호 수확 방식이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어떠한 전력도 별도로 공급받을 필요가 없으며 전송장치를 비롯한 인프라 설비 없이도 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드레이슨은 “지금까지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에너지를 찾아 리사이클링하는 것이어서 친환경적인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굳이 프리볼트 외에도 다양한 저용량 전기 전송기를 통해 전파신호를 활용해 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BBC는 전했다.


 저용량 충전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워싱턴대는 이미 2013년 전원 공급이 필요 없는 신용카드 크기의 소형 센서 및 관련 무선통신 시스템을 만들어 선보였다. 공중에 떠 있는 와이파이 전파신호를 활용하는 ‘와이파이 백스캐터’라는 시스템이다. 별도의 유선 전력 공급이나 배터리 없이도 주변의 전파신호 에너지를 이용해 미세 전류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센서가 다른 기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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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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