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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뒷처리’는 이제 그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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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호 30면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은 “현대 사회는 사회 전반에 걸쳐 위험이 내재돼 있는 위험사회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네팔 대지진, 일본 홍수 등 많은 재난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삶의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재난과 사고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엘니뇨의 영향으로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안전처 전 직원들은 출범 이후 첫 번째 여름을 맞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기후변화와 대형재난에 대비해 전국 방방곡곡 재난에 취약한 요소를 철저히 점검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현재까지 23개의 태풍이 생성되었고, 강력한 태풍으로 일본과 중국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태풍과 호우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올해 풍수해 규모의 감소다. 올들어 사망자 0명, 재산피해 134억원이 발생했는데, 이는 최근 30년 간 자연재해 대책기간(5월15일~10월15일) 중 최소 기록이다<표 참조>. 기본적으론 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 덕분이지만, 철저한 상황관리와 예방투자 사업 확대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재난은 항상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법이다. 항상 긴장하며, 사회 전반의 위험요인들을 촘촘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국민안전처는 이제 ‘사고 뒷처리’ 부처가 아닌 국민들을 위한 ‘안전 지킴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예방·대비 기능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이 상호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현해 나가려 한다. 국가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코디네이터(조정자)이자 지자체의 후원자로서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안전기준과 점검방식을 마련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국민 스스로 재난 위험을 이해하고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일이 필수적이다. 생애주기별 안전교육, 참여형 훈련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


현대 재난은 국가의 개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 전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함께 노력할 때 해결 가능하다. 지난 7월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초등학생 방서현 양의 이야기와 소방차 길 터주기로 많은 관심을 끈 부산판 모세의 기적은 ‘안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목숨을 걸고 불 속에 뛰어드는 소방대원, 거친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해경대원 등 재난 현장에서의 헌신이 더해질 때 ‘국민안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고사에 ‘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표현이 있다. 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을 재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일 역시 ‘유지경성’의 교훈처럼 꾸준히 노력해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박인용국민안전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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