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만 세 번째 거절을 당했다.
KF-X 핵심기술 이전 거절
4월 이후 공식적으로만 3번
국방부 “일단 유럽과 협력”
미국 워싱턴에서 15일(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 16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핵심 기술을 이전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미국은 지난 4월 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 기술을 자국의 기술보호정책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으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전인 15일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국방부에 보낸 서한에서도 “불가”를 통보했다.
정부는 8조5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KF-X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측은 록히드마틴사의 F-35A 전투기 40대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전투기 기체용 복합소재 개발 등 한국이 보유하지 못한 21개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기능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네 가지 핵심기술 이전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전투기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4개 기술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필수라는 점이다. 미국이 4월 기술 이전을 거부했지만 한 장관이 지난 8월 카터 장관에게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서한까지 보낸 건 그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이 서한에 대해 15일 오전에야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답신을 줬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마디로 한국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한 장관에게도 즉시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장관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 이 같은 내용을 알고 회담에 임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다시 한번 요청했지만 퇴짜를 맞은 셈이다.
특히 두 달 전 한 장관이 보낸 서한에 미측이 답신을 보내온 건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기 17시간 전이다. 익명을 원한 전직 장관은 “국방장관이 미국의 거절을 직접 들으러 워싱턴에 간 건 아니지 않으냐”며 “회담 직전에 이런 식으로 답을 받은 건 외교적 굴욕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위안거리는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KF-X 사업을 위한 협의체(워킹그룹)를 운영하기로 한 점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일단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기술을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협의체를 통해 이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한국 측 제안으로 신설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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