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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에 떠는 이스라엘, 군 병력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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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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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 버스 정류장에서 무장한 채 순찰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베들레헴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경찰에게 새총을 쏘는 모습. [예루살렘·베들레헴 AP=뉴시스]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새로운 형태의 ‘외로운 늑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CNN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자살 폭탄이나 인티파다(민중봉기) 투쟁 등 조직화된 공격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개인 테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적 봉기 인티파다와 달리
팔 10대들 묻지마 공격 잇따라
이스라엘 경찰, 동예루살렘 봉쇄

 CNN에 따르면 최근 조직화되지 않은 10대 팔레스타인 청소년이 부엌칼이나 드라이버 같은 생활도구나 버스 등 차량을 이용해 이스라엘인을 공격하는 빈도가 늘었다. 14일 예루살렘 구시가지 ‘다마스쿠스 문’ 앞에서 팔레스타인 청년 바젤 사이더(19)가 이스라엘 군인을 흉기로 공격하려다 사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날에도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달리는 버스를 탈취해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하는 등 양국의 충돌이 잇따랐다. 13일은 팔레스타인 정파가 ‘분노의 날’로 선언한 날로 이날 하루에만 6건의 충돌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2주간 7명의 이스라엘인과 32명의 팔레스타인이 목숨을 잃었는데 공격에 나선 팔레스타인 23명 중 14명이 10대다. 갈등이 격화되며 외국인에 대한 공격까지 발생하고 있다. 14일 요르단강 서안 부린 지역에서는 올리브 수확을 돕고 있던 영국인 봉사자 데이비드 아모스(66)가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에게 공격당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극받은 젊은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이스라엘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SNS에는 ‘예루살렘 인티파타’라는 해시태그(#)로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의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CNN은 “외로운 늑대의 ‘묻지마 공격’이 증가하며 이스라엘 거리에는 사람들이 사라졌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갈 때도 총기를 소유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충돌의 시발점은 이슬람·유대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알아스카 사원에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사원 관할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었지만 지난달부터 무슬림의 방문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며 양측의 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1987년과 2000년에 이어 세 번째 인티파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은 안보내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14일부터 팔레스타인인 밀집 지역인 동예루살렘에 처음으로 군 병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검문소가 설치됐고 경찰에게 거주지 봉쇄권이 부여됐다.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가스와 섬광 수류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위험시 발포도 마다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양국 간 충돌을 중재하기 위해 조만간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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