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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속 그 이야기 <66> 해파랑길 명품 코스 5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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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코스 출발점 오륙도해맞이공원의 모습. 동해안을 따라 770㎞ 이어지는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절경과 수시로 조우한다.

눈부신 해안, 허다한 명소, 넘치는 별미 ‘참을 수 없는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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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이달의 추천 길’ 선정위원회는 10월의 주제로 해파랑길을 골랐다. 2009년 조성을 시작한 국내 최장 트레일 해파랑길이 최근 완전 개통한 걸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선정위원 5명이 하나씩 꼽은 백미 코스 5곳을 소개한다. 윤문기(44) ㈔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이 1코스를 선택했고, 최해선(34) ㈔한국의 길과 문화 운영팀장이 14코스, 김영록(63) 여행작가 21코스, 장태동(46) 여행작가 39코스, 진우석(45) 여행작가가 49코스를 각각 골랐다.

더 상세한 내용은 걷기여행길 포털사이트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포털(koreatrails.or.kr)’을 참고하시라.

770㎞ 대장정의 시작 - 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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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해파랑길의 시작점이다. 멀리 광안대교가 보이는 이기대 풍경.

해파랑길 전체 770㎞의 제1 선발이다. 1코스는 길의 변화가 심해 시시때때로 걷는 이를 감동시킨다. 특히 해파랑길 시작점인 오륙도해맞이공원 종합안내소부터 이어지는 ‘이기대길’ 구간은 감탄에 감탄을 얹으며 걷는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절경을 뽐낸다.

이기대길의 경치가 입소문을 타며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자 곳곳에 쉼터와 전망 데크도 설치했다. 깎아지른 듯한 해식절벽의 허리를 둘러가며 걷는 해안길은 5㎞나 이어지며 걷는 이들을 비경 속으로 이끈다. 긴 세월 풍화와 침식 현상을 겪으며 솟구친 수직 해안절벽은 수평을 이룬 바다와 각을 세우며 자신의 영역을 굳게 지키고 있다. 수평과 수직의 대립각 풍경은 총 연장 7㎞의 광안대교와 80층 초고층빌딩이 모인 마린시티의 마천루가 바통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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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스카이워크.

광안리해변과 부산요트경기장의 이국적인 풍광을 지나면 길은 동백섬 둘레길에 닿는다. 노거수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만들어낸 동백섬 숲 사이로 터널처럼 뚫린 산책로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걸어야 했던 해변구간의 열기를 식혀준다. 특히 1000년 전 고운 최치원이 직접 새겼다고 전하는 동백섬등대 밑의 해운대(海雲臺) 각자는 놓치기 쉬우므로 기억해 두었다가 챙겨 봐야 한다. 해파랑길 1코스는 해운대 해변 북쪽에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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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동쪽 땅끝을 걷다 - 14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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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는 일출 명소 호미곶이 있다. 호미곶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어촌 석병리를 걷는 탐방객.

한반도 남쪽 땅끝이 전남 해남이라면 동쪽 땅끝은 경북 포항이다. 14코스 구룡포항∼호미곶 구간은 한반도 동쪽 땅끝을 경험하는 특별한 길이다.

14코스 출발점은 바다에서 용 열 마리가 승천하다가 한 마리는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승천했다는 구룡포다. 포항 최대 어항이자 과메기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구룡포는 일제강점기 동해 어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일본인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됐던 포구마을이다. 패전 후 일본인은 떠났지만 일식가옥의 흔적은 지금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남아 있다.

구룡포 공원에 오르면 구룡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볼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구룡포항을 뒤로 하면 다양한 얼굴의 동해가 차례로 고개를 내민다. 먼저 해안 경관이 일품인 구룡포해수욕장을 만난다. 서정적인 어촌을 지나면 신생대 화산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룡포삼정리 주상절리가 나온다. 제주 해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상절리를 동해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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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일출.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해안도로는 친구나 연인, 가족이 함께 이야기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요즘엔 해국이 만발해 길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눈부신 바다와 작은 어촌을 차례로 지나면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일출 명소 호미곶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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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푸른 바닷길에 서다 - 2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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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창포말등대.

해파랑길의 시작은 푸른 바닷길이었다. 2010년 해파랑길 시범구간으로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가 선정되었고, 이 길의 성공으로 부산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장장 770㎞에 달하는 장거리 트레일이 완성될 수 있었다.

영덕 구간 4개 코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21코스다. 영덕 해맞이공원부터 축산항까지 이어진다. 원래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초병로였고 낚시꾼이 낚싯대 메고 다니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푸른 바닷길, 블루로드가 되었다.

푸른 바닷길의 시작은 영덕 해맞이공원 창포말등대다. 영덕대게 다리를 상징화했는데, 전망대도 겸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본격적으로 푸른 바닷길 삼십 리를 연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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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을 대표하는 먹거리 대게(오른쪽). 21코스는 영덕에서 원조 대게마을로 꼽히는 경정마을을 품고 있다.

영덕의 먹을거리를 얘기할 때 첫 손에 꼽는 것이 대게다. 대게 중에서 최고로 치는 것은 3∼4월에 잡히는 박달대게를 꼽는다. 게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꽉 차있다고 그렇게 부른다. 영덕에서도 원조로 꼽는 대게마을이 경정마을이다.

눈부신 푸른 바다, 물거품 되어 부서지는 하얀 파도, 해안을 따라 도는 아름다운 바닷길 그리고 나지막한 산 아래의 자그마한 항구…, 하나같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풍경이다. 이리도 아름다운 푸른 바닷길 끝에 축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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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걷는 바닷가 길 - 39코스

 39코스는 강릉 바우길 5코스와 같다. 남항진해변 솔바람다리에서 출발해서 사천진리해변까지 16.2㎞를 걷는다. 바다 앞 백사장은놀기에 좋고 솔향기 은은한 솔숲길은 걷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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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있는 아기자기한 해변을 따라 걷는 39코스. 강문해변에 설치된 액자

남항진해변에서 솔바람다리를 건넌다. 파도가 다리 아래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다리 앞 죽도봉을 잠깐 올랐다가 강릉항으로 내려온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을 지나면 송정해변이 기다린다. 강문해변은 백사장에 설치한 시설물이 인기다. 액자 틀 같은 시설물에 풍경이 담기면 그대로 그림이다. 그 앞에 선 여행자는 그림 속 풍경이 된다. 솟대다리를 건너면 경포해변이다. 경포해변에서 경포호로 접어든다.

경포호 둘레를 걸어 허균·허난설헌 유적지로 향한다. 호젓한 물가 길을 걷다 보면 솔숲이 눈에 들어온다. 굵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솔숲 안에 허균·허난설헌 유적지가 있다. 허난설헌은 조선 명종과 선조 임금 시대를 살다 간 여성 문인이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나다. 남매가 태어난 집터에 기와집을 다시 지었다. 기념관과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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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코스의 종점 사천진리해변 풍경

솔숲을 되짚어 나와 경포호에 다시 선다. 호수 둘레를 따라 걷다가 경포대에 올라 호수를 조망한 뒤 경포해변까지 마저 걷는다. 경포해변 위로 사근진해변과 순긋해변, 순포해변이 줄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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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다·호수가 어우러진 절경 - 49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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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를 등지고 걷는 소나무숲길.

49코스는 해파랑길의 실질적인 마지막 구간이다.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50코스는 사전 신고한 차량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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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화진포의 성.

49코스 출발점은 거진항이다. 80년대 ‘거진에는 거지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태가 많이 잡혔던 항구다.

거진등대와 명태축제기념비, 인어상 등 볼거리가 많다. 여기서 응봉까지는 웅장한 백두대간 능선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푸른 바다를 끼고 걷는 멋진 길이다. 응봉은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화진포 일대의 최고 전망대다. 맑은 날에는 금강산 비로봉까지 볼 수 있다. 응봉에서 솔숲 사이를 걸어 내려오면 ‘화진포의 성’이다.

화진포 일대는 일제강점기 외국인이 머물던 유명한 휴양지였다. 화진포의 성은 1938년 지어질 당시엔 휴양촌의 예배당이었다. 한국전쟁 후 화진포 지역이 잠시 북한 땅에 속했을 때 김일성이 가족과 함께 며칠 묵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다 지금은 역사안보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진포의 성을 내려오면 송림 사이에 이기붕 별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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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대진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진해변. 물이 맑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화진포콘도 앞에서 시작하는 해변길은 대진항으로 이어진다. 대진항의 포인트는 대진등대다.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설악산에서 금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고, 반월 모양 대진해변의 에메랄드 물빛도 환상적이다. 금강산콘도를 지나 통일안보공원에 닿으면서 49코스는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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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각 필자

GPS 지도 활용 … 방폐장 주변, 민통선 안은 차로 이동
 해파랑길 이모저모

2012년 임시 개통한 해파랑길은 최근까지 수시로 코스를 수정하고 보완했다. 길이 워낙 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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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걸림돌은 사유지 문제였다. 5코스 남창천부터 망양삼거리까지 약 7㎞ 구간과, 44코스 낙산사 주변 약 3㎞ 구간은 지난해에 코스가 변경됐다. 15코스 대보저수지 주변에도 새 시설이 문을 열면서 길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코스가 변경되면 곧바로 해파랑길(haeparang.org) 홈페이지 공지 게시판에 안내문이 뜬다. 길을 걷기 전에 홈페이지를 미리 확인해야 하는 까닭이다.

“화살표 스티커 붙이는 작업만 해도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지요. 지금은 자원봉사자 50여 명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해파랑길 주관단체 ㈔한국의 길과 문화 윤문기 사무처장의 말이다. 홈페이지 운영, 지도 제작, 화살표 부착 등의 작업은 ㈔한국의 길과 문화가 맡고 있지만, 망가진 코스를 손보는 것은 해당 길이 지나는 지자체의 몫이다.

해파랑길은 코스 대부분이 해안선을 따라 나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덜하다. 대신 시내 구간을 지날 때는 리본(붉은색과 주황색)과 화살표를 잘 보고 걸어야 한다.

화살표(사진)는 두 가지 색깔로 만들어졌다. 붉은색은 정방향, 파란색은 역방향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도보여행 애플리케이션 ‘두발로2’에는 해파랑길 GPS 지도가 탑재돼 있다. 해파랑길 모바일 홈페이지에서도 GPS 지도를 다운받을 수 있다.

현재 해파랑길에는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코스가 2곳 있다. 11코스 양북면 봉길리 방사능물질폐기장 주변 6㎞ 구간과 50코스다. 11코스는 방사능물질폐기장을 피하려고 내륙 쪽으로 길을 내다보니 부득이하게 터널을 지나게 되었다. 봉길터널(2㎞) 안에 인도가 없기 때문에 터널을 진입하기 전 나아해변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해변까지 가야 한다.

50코스는 전체가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있다. 시작점인 통일안보공원에서 제진검문소까지는 도보로 이동 가능하지만, 길이 험해 추천하지 않는다. 제진검문소부터 종착점인 통일전망대까지는 차량으로만 갈 수 있다. 배를 타는 코스도 있다. 45코스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갯배를 탈 수 있다. 이때 갯배는 체험관광용이다.

후원회원이 되면 해파랑길을 직접 돌볼 수 있다. 후원회원은 홈페이지에서 수시 모집한다. 1년 회비 2만원.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뒤 자원봉사자가 되면 해파랑길을 걸으며 화살표 스티커를 붙이고 리본을 매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차비·식비 등 경비를 지원한다. 해파랑길 코스 변경 정보나 각종 행사 소식도 e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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