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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전 STX 회장 집유로 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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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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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로까지 불렸던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징역 6년의 실형이 선고된 1심과 비교할 때 인정된 배임금액은 230여억원 늘어났지만 5800억원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다. 지난해 5월 구속된 지 1년5개월 만이다.

“배임·횡령 개인 위한 것 아니다”
분식회계·사기대출 혐의는 무죄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14일 강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 범행 모두 부실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와 회생을 위해 STX그룹 회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되고 개인적 이익을 의도한 것도 아니다”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강 전 회장에 대해 3000억원대 횡령·배임과 2조원대 분식회계 등을 주도해 STX그룹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사기 등)로 기소했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준 건 1심이 유죄라고 본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로 바뀐 게 결정적이었다. 2009~2013년 2조3264억원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1심은 “검찰이 영업이익까지 분식회계에 포함시켜 전체 규모를 잘못 산정했다”며 5841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강 전 회장이 김모(60) 전 STX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등과 분식회계를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를 전제로 한 9000억원 사기 대출 혐의도 무죄로 결론 내려졌다.

 이날 재판에선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 범위와 배임의 고의성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기업 총수가 계열사의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원한 행위 자체를 배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시점 이후의 추가 지원은 배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정황이 된다”고 제시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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