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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룡 체온 논란 종지부…"냉혈 파충류 아닌 온혈 동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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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렉스 [사진=영화 쥬라기 월드 캡처]

번뜩이는 에메랄드 색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악어 가죽처럼 두꺼운 가죽이 길게 자란 풀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터질 듯한 뒷다리로 뛰어오른 뒤 날카로운 이빨로 적의 숨통을 끊는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랩터의 모습이다.

공룡은 공포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때로는 만화 영화 '아기 공룡 둘리'처럼 친근하게 여겨지다가도 영화에 등장하는 번들거리는 가죽에 뱀처럼 날카로운 눈을 가진 공룡을 보면 오금이 저린다. 공룡은 지금은 마주할 수 없는 원시의 공포를 안고 있다. 인류보다 앞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많다. 이중 가장 유명한 논쟁은 공룡의 체온에 대한 부분이다.

과거 학자들은 공룡이 당연히 파충류라고 생각했다. 두개골 화석이나 이빨 등을 보면 공룡이 파충류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포유류처럼 새끼를 낳지 않고 알을 낳는 점도 파충류의 특성과 맞아 떨어졌다. 이런 근거로 공룡도 파충류처럼 냉혈동물(변온동물)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냉혈동물의 경우 활동량이 부족하고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없기에 냉혈동물이 아니라는 추측도 많았다. ‘쥬라기 공원’에서 랩터가 사냥감을 빠르게 잡는 것도 온혈 동물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80년대 중반을 지나며 공룡이 조류에서 진화했다는 학설이 등장했고 따뜻한 피를 가진 항온동물이라는 설이 점차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공룡의 골격 구조나 알도 조류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모두 가설에 불과했고 공룡의 체온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과학 섹션을 통해 “공룡 체온에 대한 150년간의 논란이 종지부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미 UCLA 연구팀은 13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처음으로 공룡의 체온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UCLA 로버트 이글 교수 연구팀은 고대 공룡 알 화석에 포함된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당시 알을 낳은 공룡의 체온을 측정했다. 모델링이 아닌 화학적 분석을 통해 특정 공룡의 체온을 측정한 건 처음이다. 연구팀은 새 13종과 파충류 9종의 알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체온 측정이 가능함을 이미 증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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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티타노사우르스 알 화석. [사진=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아르헨티나와 몽골에서 가져온 공룡 화석을 분석한 결과 8000만 년 전 용각류 티타노사우르스의 체온이 37.8℃이고, 75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르스의 체온이 32.2℃라는 걸 확인했다.

이글 교수는 “분석 결과 공룡은 지금의 새와 악어의 중간쯤 되는 체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공룡이 체내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외부 기온보다 높은 체온을 만들 수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룡이 지금의 포유류나 새만큼 진화한 항온 동물은 아니지만 사냥을 하기에 충분한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가졌다는 말이다. 공룡이 생존해 있을 당시 평균 외부 온도는 26.3℃ 정도로 추정된다. 이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 동안 알 수 없었던 공룡의 비밀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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