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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런던 템스강에 ‘강익중 달’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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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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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야외문화축제인 ‘토털리 템스’의 아드리안 에번스 예술감독(오른쪽)이 강익중 설치미술가를 내년 메인 전시작가로 초청했다. 지난 8일 서울 인사동의 한옥식당에서 두 사람이 포즈를 취했다. [박종근 기자]

내년 9월 영국 런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에 한국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이 ‘대표 선수’로 전시된다. 런던 최대 야외 문화축제인 ‘토털리 템스’를 이끄는 예술감독 아드리안 에번스가 지난 6일 내한해 “2016년 축제 메인 전시작으로 강익중(55) 작가의 ‘꿈의 달(Moon of Dream)’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강익중은 미국 뉴욕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미술가다. 대표작 ‘꿈의 달’은 2004년 세계 어린이들 그림 약 13만 장을 이어 붙여 일산 호수공원에 지름 15m 구(球)로 띄운 설치미술이다. 내년 템스강에 선보일 ‘꿈의 달 2016’은 12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공개된다.

최대 야외축제 예술감독 에번스
세계적 설치작가 강익중 초청해
각국 어린이 그림 13만 장 조합
12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공개

 에번스 예술감독은 올해 초부터 이런 구상을 갖고 강 작가와 협의를 해왔다. 8일엔 일시 귀국한 강 작가와 서울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강 작가를 가리켜 “환상적인 아티스트”라면서 “강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철학이 놀랍도록 일치했다”며 흡족해 했다.

 ‘토털리 템스’는 런던시를 관통하는 약 68㎞ 길이의 템스강변에 9월 한 달간 영화·음악·공연 등 100여 개 행사가 열리는 야외축제다. 1997년 ‘더 메이어 템스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지난해 이름을 바꾼 뒤 예술축제 성격을 강화했다. 누적 관객 수가 약 1000만 명에 이른다.

 에번스 감독은 축제를 기획하고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다. 특히 템스강에 설치하는 메인 전시작은 ‘물과 예술의 만남’이란 점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지난해엔 ‘러버 덕’(대형 고무 오리)으로 유명한 설치작가 플로렌테인 호프만의 하마 조형물이 ‘히포 포 템스’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강 작가의 ‘꿈의 달 2016’은 템스강에서 가장 사랑받는 다리인 타워브리지 근처에 설치될 예정이다.

 에번스는 “강 작가의 ‘꿈의 달’이 어린이들 참여로 완성됐다는 사실을 알고 관객참여적인 우리 축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템스강의 특성과 다인종·문화의 집결지인 런던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탄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강은 흐르면서 서로 이어주는 매개체”라면서 “한국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런던에서 세계인을 만날 때 어떻게 거듭나야 하는지 디테일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12년이란 시간적 변화를 고려해 보다 하이테크적인 작품으로 바뀔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익중 작가는 ‘달항아리’‘한글’ 시리즈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설치미술가다. 2008년 ‘광화문에 뜬 달’을 설치하기도 했다. 강 작가의 작품이 내년 템스강에 설치되면 약 270만 명의 관객에 노출돼 한국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있다.

 에번스 감독은 2012년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다이아몬드 주빌리) 기념행사 때 템스강에 보트 650척을 띄우는 퍼레이드를 이끌었다. 이 공로로 왕실에서 수여하는 로열 빅토리아 훈장(LVO)를 받았다.

 그는 세계 도시 간 강변 축제 교류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서울과 교류 사업을 벌인 데 이어 이번 내한 기간엔 전주를 방문해서 교류 문제를 협의했다.

글=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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