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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신박’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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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최승식
최승식 기자 중앙일보 포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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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원내대표는 “공천 방식은 김무성 대표가 리더십을 행사하는 대상이 아니라 당원들이 정한 당헌·당규에만 따르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닝메이트였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역시 공정한 룰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최승식 기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4선임에도 무게감이 약했다. 지역구에 열심인 비박계 중도 정치인에 머물러 왔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원내대표에 추대되면서 급변침했다. 내년 총선 공천 방식을 놓고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연일 친박계에 힘을 실어 주며 김 대표와 각을 세웠다. 그와 친박계의 협공으로 100% 국민공천을 주장하던 김 대표는 사실상 부분적인 전략공천을 허용하는 선까지 후퇴했다. 오는 21일 취임 100일을 맞는 원 원내대표를 만나 ‘전향’의 배경과 향후 행보를 캐물었다. 중앙일보와 JTBC 공동으로 진행된 이 인터뷰는 11일 오전 8시30분 JTBC ‘직격인터뷰, 위험한 초대’를 통해 영상으로 중계된다.

-계파색 엷은 무색무취 정치인에서 최근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변신했다.

“공천엔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 필요 없어 … 룰대로만 하면 돼”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수도권이 승부처다. 수도권은 1000~2000표 차로 승패가 갈린다. 지금처럼 공천 룰을 갖고 당이 쪼개져 다투면 질 수밖에 없다. 그런 갈등을 수습하고 당을 화합시키는 용광로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원내대표로서 할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나를 자꾸 친박·비박 프레임에 가두니 불만이다. 그냥 원유철로 봐 달라.”

-하지만 김무성 대표 측은 서운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지난 2월 원내 지도부 경선 때 원유철을 밀어 원내대표의 기반을 닦아줬는데 배신했다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할 때는 아니라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청와대 관계자든, 당 고위 관계자든 이건 아니다 할 상황이 됐는데 원내대표가 아니라는 얘기를 안 하면 그 사람은 원내대표 그만둬야 한다.”

-청와대는 놔두고 김 대표에게만 아니라고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안심번호 공천제에 5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브리핑한 직후 ‘그런 가이드라인을 주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당이 백지 상태에서 공천 룰을 만들어야 하는데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버리면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나.”

-공천 룰을 정하는 특별기구 위원장을 놓고도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 당신은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며 충돌했다.

“내가 김 위원에게 위원장을 맡으라고 권유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김 위원이 위원장을 맡을 순번이다. 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구를 잘 운영할 것으로 생각한다”

- 그러나 김 최고위원 카드는 불발됐다.

“어제(7일) 김무성 대표가 불러 방에 가니 김태호 최고위원이 와 있더라. 그 자리에서 김 위원이 전략공천도, 컷오프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현역 의원들을 가급적 살려야 한다며 반대해 격론이 벌어졌다. 역시 김 대표는 공천학살 트라우마가 강하더라. 김 위원이 나가자 김 대표가 내게 ‘김 위원 주장을 받아들이면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그의 위원장 지명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하더라. 어차피 본인도 자리를 사양하는 만큼 나는 ‘그렇다면 4선 의원 중에서 뽑자’는 의견을 냈다. 이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당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이라지만 대통령 눈치를 보며 친박계와 보조를 같이하는 인상이 강하다.

“난 국민의 눈치를 볼 뿐이다. 누가 권력이 있고 없느냐는 내 행동의 기준이 아니다.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 대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어떨 땐 김 대표가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원내대표로서 정리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공천 논란은 김무성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공천제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불이 붙었다. 공천에 대한 김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보나.

“공천에 (김 대표의) 리더십이 필요한가? 우리 당은 새롭게 정해질 룰에 따라 모든 후보자에게 공정하게 공천이 결정될 거다. 당의 누구도 거기 개입해선 안 된다.”

-김 대표가 공천에 리더십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란 얘기인가.

“그렇다. 당원들의 총의를 모은 새로운 당헌당규에 따라서 공천하면 된다.”

-혹시 김 대표가 조기 낙마할 경우 비대위원장이나 차기 대표직을 노려 친박 편에 선 것 아니냐.

“허 참…. 그럴 일 없다. 김 대표가 임기대로 대표직을 마치기 바라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 그럼 그 이후에 당권을 노리는 건 아닌가.

“원내대표직도 벅차다. 그 평가부터 받고 나서 보자.”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대권주자감인가?

“당의 훌륭한 자산이고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 (여러 명 있어야 한다는 윤상현 의원 주장은?) 왜 윤 의원이 영남과 충청만 거론했는지 모르겠다. 수도권도 거론했어야지. 좀 서운하더라(웃음).”

-본인도 차기 대선주자에 거론되기 원한다는 것인가.

“내년 총선 뒤 수도권에는 4선, 5선 의원이 많이 나올 것이다. 충분히 대권주자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그럼 당신이란 얘기 아닌가?) 자리란 건 욕심만 갖고 안 된다. 노력하다 보면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때나 생각할 일이다.”

-어쨌든 당에 대권주자가 여러 명 있어야 한다는 윤 의원 주장에 동조하는 것 같다.

“당에 인재가 많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다. 정권 재창출에 유리한 건 분명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대권주자로 영입하면 어떤가.

“국방위원장 때 뉴욕에서 뵌 적이 있다. 정말 좋은 분이고 세계적인 자산이다. 우리 당에 오면 대환영이다.”

-대선후보로 대환영이란 뜻인가.

“대선후보는 당원과 국민들이 결정한다. 그러나 반 총장이 우리 당원의 한 사람이 된다면 대환영할 일이다.”

-순방 갔다 귀국한 박 대통령을 새벽에 공항에서 영접했다.

“숙제를 많이 주더라. 청년 일자리가 심각하니 노동개혁 빨리 성사되게 국회가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더라.”

-김무성 대표는 안 가고 원 원내대표만 갔다. 친박계와 같은 목소리를 내니 박 대통령이 당신만 보고 싶어한 건 아닌가.

“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여당 원내대표는 당연히 청와대와 호흡이 맞아야 한다. 또 대통령이 외국에서 고생하다 왔으니 영접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전임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엔 당·청 관계가 소원했는데 요즘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매달 꾸준히 열고 있다. 대통령도 가끔 본다.”

-박 대통령이 원 원내대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대통령 보기에 내가 고생하는 것 같으니 격려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2012년 대선 때 재외국민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 세계를 돌면서 코피를 쏟았다. 원대대표가 된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코피 좀 쏟겠다’고 하니 좋아하더라. 내 지역구인 평택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때 표를 많이 얻었다. 그래선지 삼성전자 평택공장 기공식에 와서 축하해 주더라.”

-4선 중진임에도 전당대회나 지방선거 경선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내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남들은 치열한 경선을 통해 당선되는 경기도당위원장직을 합의추대로 맡았다. 국방위원장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경선에선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지난 2월 원내 지도부 경선에서 3선 후배인 유승민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양보하고, 그 밑의 정책위의장 후보로 출마했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나도 처음엔 원내대표에 도전하려 했다. 그런데 같은 지역인 수도권 의원들이 다 원내대표가 되려 하더라. 결국 협상 끝에 전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출마키로 합의했다. 당시 당의 상황이 선수(選數)를 따질 만큼 한가롭지 못했다. 청와대 문건 파동 등 악재 탓에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모두 낮았다. 그래서 내가 양보한 것이다. 그때 마음을 비운 게 분에 넘친 원내대표직을 합의추대로 맡게 된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도 또다시 떨어질까 봐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닌가.

“맞다. 사실 자신이 없었다. (솔직하다) 하하.”

-러닝메이트였던 유 전 원내대표는 요즘 보나.

“최근엔 사실 좀 못 봤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정도다. 우리 당은 유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을 잘 담아낼 필요가 있다. (유 전 대표의 자산이 무엇인가?)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다. 유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하지만 보수층은 유 전 원내대표의 그런 입장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비판한다.

“보수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순기능을 한다고 본다. 다만 그와 주변과의 관계에선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어떤 게 아쉽나.

“당·청 관계에 아쉬움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미움을 사 쫓겨나다시피 한 만큼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공천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사석에서 ‘내가 승민이를 꼭 공천되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글쎄다. 지금 당에서 새로운 공천 룰을 준비하고 있지 않나.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그 룰에 따라 공천을 신청해야 하고 룰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유 전 원내대표도 김 대표의 배려가 아니라 공정한 룰에 따라 공천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공정하게 결정돼야 한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새누리당 대권주자 반열에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려 해 논란이다.

“잘됐으면 좋겠다. (대구 출마에 찬성인가?) 본인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일 테니 잘되길 바랄 뿐이다.”

-국민공천을 하면 아무래도 현역 의원이 유리하다. 신인을 배려할 복안은 있나.

“신인들이 정치에 참여할 길이 많이 열려 있다. (야당처럼 가점을 주나?) 그건 추후 결정할 일이다. 민감한 사안이라 대답하지 못하는 걸 이해해 달라. 또 현역 의원이라고 반드시 공천에 유리한 게 아니다. 교체 지수라는 게 있다. 유권자들의 평가가 나쁜 현역 의원은 교체지수가 높아 신인들에게 유리할 것이다.”

-내년 총선은 몇 석을 목표로 하나.

“180석이다. (근거가 있는 숫자인가?) 현재 160석인데 20석만 더 얻으면 된다. 수도권에 선거구가 늘어날 것인 만큼 여기서 이겨 20석을 추가할 계획이다. (수도권은 새누리당 인기가 약하지 않나?) 지난 7·30 재·보선을 보라.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뒀지 않나. 좋은 후보와 좋은 정책이란 조건만 충족한다면 내년 총선도 승산이 있다.”

-내분으로 지리멸렬하고 있는 야당도 새누리당이 180석을 노리는 근거 아닌가?

“하하, 그건 비밀이다.”

 글=강찬호 논설위원
사진=최승식 기자

원유철 원내대표는 …

1962년 경기도 평택 출신. 수원 수성고, 고려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졸업. 제15·16·18·19대 국회의원. 경기도 정무부지사. 한나라당 제1정조위원장과 경기도당위원장을 역임하고 국회 독도수호대책특별위원장과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월 원내 지도부 경선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 당선됐고 7월 유 전 원내대표 후임으로 원내대표에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