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회] '강남 특별 자치구' 독립 논란에 시민들 '리치포비아' 현상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삼성동 한전부지. 중앙포토]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서울시로부터 차라리 독립시켜달라”는 취지의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약 60%가 가장 높은 강남구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부자 동네의 이기적이고 혐오스런 발상”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독립 선언’ 논란은 강남구 삼성동의 한전개발부지 기여금 사용을 두고 벌어졌다. 지난 5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럴 바엔 서울시는 차라리 가칭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중앙에 건의해 아예 강남구를 서울시에서 추방시키실 용의는 없느냐”고 물었다. 서울시가 한전부지 개발에 대한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의 개발 이익에 대해 “서울 시민 전체에게 돌아가도록 써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서다. 이에 신 구청장을 비롯한 강남구 측은 “개발과정에서 소음과 교통혼잡 등 불편을 겪는 강남구님에게 이익이 돌아가야한다”고 맞섰다. 신 구청장은 지난 7월에도 박 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무한 경쟁이 인정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골고루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론몰이를 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의 핵심인 한전 부지는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에서 10조원에 낙찰받았다. 법에 따라 현대차는 기반시설 설치비용인 공공기여금을 지불해야 하며, 서울시 측 제안을 받아들여 금액을 약 1조7000억원으로 합의했다. 강남구는 이 돈을 영동대로 개발에 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에 투입하려 하는 것이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마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룡마을 개발 건과 올해 초 메르스 사태 당시 박 시장의 심야 기자회견, 을 두고 충돌은 계속돼왔다. 이번 강남구의 독립선언 주장에도 역시 서울시 측은 “기초 단체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신 구청장이) 터무니없이 비난만을 일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강남구 근처에는 “서울시는 ‘골고루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강남구를 죽이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가득하다. 강남구청 일대를 비롯해 구 내에 50여개가 걸려있을 정도다. 현수막을 건 주체는 ‘강남구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는 4월 중순부터 이 같은 활동을 벌이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범대위 측은 “부자 동네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국민들로부터 불합리하게 매도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아닌 독립 논란은 사회적으로 ‘리치포비아’(부자 혐오)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신 구청장의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당초의 “이기적이다”라는 반응을 넘어서서 “부자 동네는 역시 계급이 달라 평민들과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으신가 보다” 등의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강남이 발전한 데는 구 도심으로 대표된 강북 지역의 돈이 상당수 흘러들어간 걸 잊었냐” “지금 강남구는 나라의 개발 정책에 따라 교육기관을 대거 이전하고 부동산 개발을 통해 부유해진 소위 ‘벼락부자’면서 독립하겠다는 말이 나오느냐”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아예 강남을 독립시켜서 얼마나 잘사는지 두고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서울 시내 지하철 강남지역 무정차 ▶강남구민에게 주요 도로 및 교량 이용요금 2배 징수 ▶각종 시 개발사업 지원 일체 중단 ▶택시 시외요금 징수 ▶강북 지역에 ‘제2의 강남역’ 추진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논란이 거세지자 강남구는 8일날 해명자료를 내고 ”서울시는 그간 여섯 차례 대화를 요청했는데도 이해당사자인 강남구를 배제하고 지난달 30일 현대차와 양자간 협상조정협의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강남구를 무시한 불통행정에 대해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강남특별자치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