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원춘이 돌아왔다. 마원춘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건설 담당 브레인’으로 통했던 국방위 설계국장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숙청설이 제기됐으며, 국가정보원은 지난 5월 마 국장이 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 공사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숙청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마 국장이 양강도의 한 농장에 배치받아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마 국장이 김 위원장의 복귀 지시를 받고 기쁨에 겨워 심장마비로 쇼크사했다”고까지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 위원장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나선시를 또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원 명단 제일 마지막에 마 국장의 이름을 넣었다.
마 국장은 평양건축종합대학을 졸업한 후 건축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노동당 재정경리부 설계실에 들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 별장 등의 설계를 도맡으며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도 신임은 이어졌지만 김 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인 평양순안국제공항 공사 과정에서 김 위원자이 민족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라는 각종 지시를 하자 일부를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숙청됐다고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나선시 현지지도엔 핵심 측근이 총동원됐다.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김양건·오수용 당비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수행했다. 나선시는 지난 8월 말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40여명이 사망하고 주택 수천채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김 위원장은 ‘꺾어지는 해’(5·10년 단위 해)인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일을 앞두고 민생 챙기는 행보로 나선시를 각별히 챙기고 있다. 지난 8월27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이전에 나선시 홍수 피해 복구를 마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지난달에는 직접 나선시를 찾았다. 이번 방문이 두 번째다. 김 위원장은 “인민을 위한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