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가 저승사자 “애쉬 전 유엔총회 의장 15억원 수뢰 혐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기사 이미지

프릿 바라라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 검사장이 6일(현지시간) 중국 부동산 개발사건과 관련된 130만 달러 규모의 유엔 뇌물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뉴욕 AP=뉴시스]

기사 이미지

뇌물 사건에 연루된 6명의 유엔 인사 중 한 명인 카리브해 안티구아 바부다 출신의 존 애쉬 전 유엔총회 의장(2013∼2014년). [뉴욕 AP=뉴시스]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유엔 고위 관계자가 뇌물 수수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되는 부패 스캔들이 발생했다.

미 검찰, 6일 뉴욕 자택서 체포
마카오 부동산 재벌 거액 받고
콘퍼런스센터 유치 힘써준 의혹
바라라 “연루자 더 드러날 것”

 미 수사당국은 6일(현지시간) 오전 존 애쉬(61) 전 유엔 총회 의장을 뉴욕 자택에서 체포했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안티구아 바부다 출신인 그는 유엔 대표부 대사를 지낸 뒤 제68차 유엔 총회 의장(2013년9월~2014년9월)을 역임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애쉬 전 의장은 2011년 이래 마카오의 부동산 개발업자를 포함한 중국 기업인들로부터 약 130만 달러(약 1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이번 스캔들이 유죄로 확정될 경우, 창설 70주년을 맞는 유엔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유엔 개혁을 진두지휘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 에 대한 도전도 예상된다.

 이날 사건 기자회견장에는 미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국세청(IRS) 범죄수사국 간부가 총출동했다. 유엔의 부패에 메스를 갖다댄 미 수사당국의 결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프릿 바라라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는 회견에서 “이미 많은 정부에 만연돼있는 부패라는 암이 유엔까지 감염시키고 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면서 “앞으로 다른 이들이 더 기소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혐의를 받는 유엔 고위 간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시사다.

 검찰은 애쉬가 유엔 대사 시절 마카오 부동산 재벌 응랍셍(67)으로부터 50만 달러(5억8천만 원)가 넘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가로 유엔이 후원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회의시설을 마카오에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는 문서를 유엔 사무총장실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애쉬는 다른 중국 기업인들로부터 80만 달러(약 9억 원)의 뇌물을 받고 유엔 내부에서 이들의 이권을 옹호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애쉬는 이렇게 받은 뇌물을 호화생활에 썼다. 수만 달러가 넘는 롤렉스 시계를 구입하고, BMW를 몰고,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했다. 집에는 3만 달러를 들여 농구코트를 깔았다.

 사건의 핵심인물인 응랍셍은 마카오 부동산 개발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재산 규모가 18억 달러(약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약 450만 달러를 미국에 반입했다. 그 용도와 관련해 미국 세관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창설 70주년을 맞아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던 유엔은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과거 몇몇 스캔들 이후 더 큰 투명성과 책임감을 다짐해온 유엔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반기문 사무총장은 존 애쉬 전 의장에게 제기된 혐의들에 대해 충격을 받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겐스 리케토프트 현 유엔 총회 의장(덴마크)은 “부패는 유엔이든 어디든 발붙일 곳이 없다”며 “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