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대구구장'…삼성 34년 함께한 대구구장에서 고별전 치러

중앙일보

입력 2015.10.0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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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대구시민야구장(대구구장). 경기 전 구장 출입구에는 '굿바이 대구시민야구장'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렸다. 삼성은 2일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kt전을 끝으로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34년 동안 함께했던 대구구장을 떠난다. 대신 내년부터 대구 수성구 연호동에 건설 중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 대구구장에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은 연장 10회 말 kt 투수 조무근의 폭투로 3루 주자 최민구가 홈을 밟아 5-4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대구구장에서 치른 2066경기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1192승 39무 835패(승률 0.577)을 기록하게 됐했다. 4연패에서 벗어난 삼성은 2위 NC와의 승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 작별은 시끌벅적했고, 또 유쾌했다. 우용득·이선희·함학수·김시진 등 올드 스타들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시구자로 나선 박충식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사무총장이 공을 던졌지만, 시포로 나선 이만수 전 SK 감독이 받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시타자를 맡은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대구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관중도 함께 웃었다.

1948년 문을 연 대구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다. 대구구장은 2000년대 프로야구 최고의 팀인 삼성의 영광과 좌절의 세월을 오롯이 담고 있다. 삼성은 1985년 전·후기 리그 통합 우승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삼성 선수들의 땀과 눈물의 흔적이 대구구장에 남아있다. 이후 삼성은 2002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동시에 제패했다. 숱한 대기록도 대구구장에서 만들어졌다. 2003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엽이 56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세운 아시아 신기록도, 2010년 오승환이 최소 경기 200세이브 세계 기록도 모두 대구구장에서 나왔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조명이 모두 꺼진 뒤 전광판을 통해 34년간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되면서 고별 행사가 시작됐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대형 비행선을 대구구장 상공에 등장했다. 이어 삼성이 34년간 대구구장에서 기록한 승리만큼 1192개의 축포가 터졌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팬들은 소원을 적은 파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대구구장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삼성이 내년부터 쓰게 될 라이온즈파크는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80% 가량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대구구장은 낙후된 시설로 악명 높았다. . 2006년에는 안전진단 결과 붕괴 위험 판정을 받았다. 더그아웃에 H빔으로 임시 지지대를 만들기도 했다. 2011년에는 경기 도중 조명탑이 꺼져 경기를 다음날 이어 치르는 촌극도 빚어졌다. 그래서 대구구장을 떠나는 아쉬움보다 신축 구장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삼성은 대구시와 함께 1666억을 투자해 팔각형의 관중친화적 구장을 건설 중이다. 외야 펜스는 타원형인 기존 구장들과 달리 펜스의 두 지점에 각이 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의 홈구장인 시티즌스뱅크파크처럼 독특한 펜스 형태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새 야구장 주변 녹지율을 50% 이상 확보해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외야 너머로 아파트 건물이 아닌 숲을 볼 수 있게 했다. 관중석은 2만4000석이고, 최대 수용인원은 2만9000명이다. 지하철역이 구장과 연결돼 있고, 주변에 왕복 4차선 도로가 깔려 접근성도 좋다. 그라운드ㆍ펜스 등은 모두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맞춘 최신식 구장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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