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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0월 아파트 분양 사상 최대, 마냥 좋아할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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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38개 단지 10만8000가구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 같은 달(4만5609가구)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만 6만 가구 넘게 쏟아진다. 15년 만의 최대 호황이지만 마냥 좋아하긴 이르다. 경기 회복에 따른 부동산 활황으로 보기 어려운 데다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선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칫 이런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질 경우 2~3년 내 ‘공급 과잉 쇼크’도 우려된다.

 공급 과잉 쇼크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은 바 있다. 기존 집이 안 팔리고 전매도 안 되며 집값은 떨어져 가계가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쇼크다. 이미 과잉 공급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신규 청약 계약률이 떨어지고 아파트가 미분양 없이 다 팔리는 ‘완판’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속칭 ‘피’로 불리는 프리미엄도 줄고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 1억원, 수도권 외곽 지역에도 1000만~2000만원씩 붙던 프리미엄은 요즘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분양시장 활황을 마냥 즐길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공급 과잉은 필연적으로 가격 하락을 부른다. 게다가 경기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집을 사는 것은 수요공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자칫 꼭대기 가격에 집을 분양받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 투자로 치면 상투를 잡는 셈이다.

 공급 과잉이 쇼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철저한 공급·수요 조사를 통해 민간 분양 물량을 적절히 분산·배분할 필요가 있다. 공급 과잉만 잡는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건 아니다. 전·월세 폭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임대 및 기업형 임대를 확대하고 주거 급여 지원도 늘려야 한다.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늘리도록 정책 순위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1가구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통해 월세 공급을 크게 늘리는 등의 파격적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