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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평화통일 청사진 제시한 ‘평화 오디세이 20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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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직 총리와 장·차관, 국회의원과 교수·언론인·예술인 등 한국의 지성 37인이 참가한 ‘평화 오디세이 2015’가 지난달 29일 ‘평화·공존·통일을 위한 시민 제안’을 채택함으로써 석 달 넘는 장구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성 37명 북·중 접경 1400㎞ 답파
보수·진보 토론 거쳐 3대 황금률 제안
시민참여로 매력국가·동북아 평화를

 이들은 지난 6월 22~27일 엿새 동안 북·중 접경지역 1400㎞를 답파하며 남북으로 갈라져 70년간 단장의 고통 속에 신음해온 한반도의 현실을 생생히 체험했다. 압록강에 반 토막 난 채 걸려 있는 단교(斷橋)를 걸으며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꼈고, 지안(集安)현에선 중국 당국의 방치 속에 무너져가는 고구려 유적을 보며 국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동족상잔의 날인 6월 25일 오른 백두산에선 드물게 자태를 드러낸 천지 앞에서 참가자 전원이 목 놓아 아리랑을 부르며 통일에의 열망을 되새겼다,

 단둥(丹東)과 쑹장허(松江河), 서울에서 열린 세 차례의 세미나는 이런 값진 체험들을 격조 높은 평화통일의 청사진으로 승화시킨 용광로였다. 풍부한 경륜의 지성 37명은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어 평화와 통일의 현실적 방책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그 결과 남북 문제의 해결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며, 그 주체는 우리일 수밖에 없고,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세 가지 황금률을 끌어냈다. 진보와 보수가 망라된 참석자들 간에 통일의 구체적 방법론에선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다.

 통일과 평화를 향한 우리의 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변침해온 대북정책 탓에 극심한 단절과 분열을 겪어왔다. 다행히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대북관의 대립이 아직 크지 않다. 문제는 사회통합과 통일에 노력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대북관의 간극을 넓혀온 데 있다. 정부의 노력과는 별도로 시민들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도정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북한 주민과 소통의 길을 열고 중국·일본 시민들과도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는 물론 신민족주의의 과잉으로 긴장이 격화된 동북아 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평화 오디세이가 여정의 피날레로 ‘평화·공존·통일을 위한 시민 제안’을 채택하고, 매력국가 건설과 동북아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재균형 정책으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인 현실에서 우리는 하나 된 남북만이 위기 극복의 열쇠임을 절감하며 평화통일의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을 꾸는 것만으론 평화도, 통일도 오지 않는다. 꾸준히 노력하며 준비하는 자에게만 꿈은 이뤄진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노력은 우리 내부의 분열부터 치유하는 것이다. 이념과 지역, 계층과 세대로 갈갈이 찢겨진 우리 안의 마음의 단교를 잇고, 나아가 남북을 갈라온 분단의 강을 건너야 평화와 통일에 다가설 수 있다. ‘평화 오디세이 2015’는 그런 노력을 실현하는 청사진이자 나침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 100년간 인민에서 국민으로, 그리고 시민으로 성장해 온 우리 민초들이 바로 평화 오디세이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