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 모든 명절은 아름답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기사 이미지

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한국의 최대 명절이 추석과 설날이라면 브라질에선 새해와 성탄절이다. 추석을 앞두고 주변의 한국인 동료나 친구는 고향에 내려가 가족을 만날 생각에 벌써 들떠 있다. 한편으로는 만만찮은 비용, 과중한 노동, 교통체증, 잔소리 등을 걱정하기도 한다. 브라질의 명절도 이런 점은 비슷하다. 차이점은 즐겁게 노는 날이란 의미가 한국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이다. 명절을 ‘좋은 축제’라는 의미의 ‘보아스 페스타스(boas festas)’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사 이미지

 가족들이 다 함께 어울려 즐기는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든 명절을 생각하면 설레고 기다려지게 된다. 어머니는 명절마다 가족들이 최대한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셨다. 한때 철없는 어린 마음에 이를 어른의 강요라고 느끼거나 명절에 집착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서른이 되고서야 어렸을 땐 몰랐던 어머니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 서로 가족이라고 느끼는 것, 그리고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됐다. 서로 바쁜 삶 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하루하루를 살던 우리에게 명절은 다시 하나로 뭉쳐 가족애를 키울 수 있는 최선의 계기였다. 숱한 명절을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과 떨어져 보내고서야 ‘함께하는 명절’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명절은 당연히 내 삶에 늘 함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분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처음 맞았던 명절에서 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그런 빈자리는 갈수록 더 많이 생기게 될 것이다. 명절 때마다 조카들의 키가 한 뼘씩 더 자라고 부모님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보며 남은 시간의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언젠가는 우리가 다시는 함께하지 못할 그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이 함께하고 더 자주 연락하며 더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절이 왜 있는 것일까? 물론 전통적이거나 종교적인 의미도 중요하다. 거기에 더해 내게 명절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의 지나온 나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길을 생각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날마다 똑같다면 이런 생각을 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명절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추석에는 모든 사람이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누리면서 뜻깊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