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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폴크스바겐 사기극이 ‘청정 디젤’ 위기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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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독일 폴크스바겐의 미국 배출가스 테스트 조작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높은 신뢰를 얻었던 브랜드가 졸지에 사기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수입국들이 정밀조사에 나섰다. 폴크스바겐의 이미지 타격과 시총 증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모국인 독일의 기술강국 이미지마저 타격을 받아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기업에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했을 정도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가 받은 충격도 만만찮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 중 세 대에 한 대꼴일 정도로 폴크스바겐그룹의 차량은 믿고 사는 브랜드였는데 이런 기업이 희대의 사기를 벌임으로써 기업의 정직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도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폴크스바겐 사태가 자동차산업에 미칠 충격파에선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자유롭지 않다. 이번 사태는 미래형 친환경 엔진의 선두 주자였던 디젤 기술이 과연 청정 기술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업계의 청정 엔진 기술로는 유럽 업계가 주도한 디젤 진영과 일본이 주도한 하이브리드 진영이 경쟁했는데, 이 경쟁에서 디젤이 주류로 부상하며 승리를 굳히는 중이었다. 이에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디젤엔진에 주력해 올 상반기에 팔린 국내 차의 절반 이상이 디젤차였을 정도로 그 비중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번 폴크스바겐의 조작 사기를 고발한 미국 민간 환경단체가 2년간 추적한 결과 폴크스바겐의 TDI 엔진 차량이 도로 주행 시 기준치보다 40배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미국 환경청도 폴크스바겐의 리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디젤차량 제조사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하면서 위기가 디젤 진영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국내 기업은 미국에서 디젤차를 팔지 않아 이번 조사에 포함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디젤차량 전반으로 불신감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우리 업계도 진짜 미래형 친환경 엔진 기술에 대한 고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눈속임으로는 결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하고 정직한 윤리경영 모델을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