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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직격 인터뷰

“전략공천 5%만 해도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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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성룡 기자 중앙일보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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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의원은 “전략공천은 5%만 해도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친박계의 전략공천 요구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공천에 청와대가 친박 후보를 대거 내보낼 것이란 관측도 일축했다. [김성룡 기자]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복심’ 김학용 의원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오른팔로 불린다. 2010년 김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낼 때 원내부대표로 인연을 맺은 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김 대표 비서실장을 맡으며 최측근 지위를 굳혔다. 그런 그가 21일 인터뷰를 자청해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고수 방침이 확고하다”며 “전략공천을 5%만 하더라도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김 대표의 속내를 대변한 것이라 눈길을 모은다.

-친박들이 “국민공천제는 물 건너갔다”고 입 모아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도 지난 주말 “도저히 못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공식 기구를 만들어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퇴로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닌가?

 “김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뜻에 전혀 변함이 없다. 전략공천으로 또다시 불공정한 공천이 재연되면 안 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오늘 아침 방송 인터뷰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했던 사실을 재확인했지 않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정 여의치 않으면 김 대표와 문 대표가 마지막 담판을 지어 합의를 볼 것이다.”

 -야당은 이미 자체 공천안을 마련했지 않나. 그런데 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일 수 있나.

 “그런 의지가 있으니 방송에서 밝힌 것 아닌가. 오픈프라이머리 성사 가능성이 60%는 된다고 본다.”

 -윤상현 의원이 “당 지지율은 40%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라며 ‘김무성 차기 대권 불가론’을 폈다.

 “대통령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다. 일반 의원도 아니고 대통령 특보가 벌써 차기 대통령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런 얘기 하려면 특보 자리 내놓고 해야 하지 않나? 정무감각이 뛰어난 윤 의원이,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할 특보로서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대구 분위기가 힘들다느니 운운한 것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민감해진 지역 분위기를 고려할 때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정치 도의적으로도 동료 의원들을 자극하는, 예의에 어긋나는 발언이다. 윤 의원은 특보 직분을 고려해 언행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윤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대선주자 다원론’을 편 것뿐이라고 했다.

 “원론적으로 맞지만 대선주자가 억지로 만들어지나? 본인이 역량이 있고 국민도 대통령감으로 여겨야 대선주자가 되는 것 아니냐. 만일 이 김학용이 대선에 나가겠다면 뉴스거리나 되겠느냐. 누구랑 각 세우고 싸우는 대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선주자가 된다. 말 나온 김에 윤 의원이 ‘새누리당 지지율은 40%, 김 대표 지지율은 20%’라고 한 말도 따져보자. 정당 지지율은 여야만 놓고 따지지만, 대선주자는 거론되는 사람만 7~8명이다. 그중 김 대표 지지율이 20%가 넘는 건 대단한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비교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 또 당 지지율이 높은 건 박 대통령 덕도 있지만, 김 대표가 일을 잘해 올라간 것 아니냐. 악조건 속에서 치른 재·보선마다 완승했지 않나. 그런 만큼 (윤 의원은) 논란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윤 의원 발언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들어있는 것 아닌가?

 “청와대 뜻은 아닌 것으로 본다. 윤 의원 개인 소신일 것이다.”

 -한 일간지 칼럼에서 윤 의원을 ‘간신’이라 칭하며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당신 주장과 통하는 얘기 아닌가?

 “아주 통하는 건 아니고, 원론적 얘기를 한 거다. 다만 윤 의원이 자꾸 친박이니 대선 후보니 거론하는 건 당내 갈등을 조장하고, 당·청 소통을 가로막는 신중치 못한 행동이다. 친박·비박으로 자꾸 가르면 안 된다. 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은 김 대표 아닌가. 소수만 친박이고 나머지는 대통령과 거리가 먼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건 문제다.”

 -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내심 김 대표를 ‘함께 가지 못할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김 대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청와대에) 너무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어도 그래 왔다. 꺼져가던 노동개혁 불씨를 살린 장본인도 김 대표 아닌가?”

 -박 대통령이 대구를 찾았을 때 현지 의원들 대신 청와대 보좌관들만 대동했다. 박 대통령도 오픈프라이머리 대신 전략공천을 바란다는 메시지 아니냐.

 “내가 박 대통령을 의원 시절부터 지켜본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 사심을 가질 분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 아니겠나. 혹시 주변(친박들)에 그런 생각(전략공천)을 가진 분이 있을지 모르나 그건 옳지 않다. 과거처럼 당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공천하지 않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데 반대할 이가 있나?”

 -친박들이 전략공천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김 대표는 어쩔 것인가.

 “그런 요구를 하는 의원은 없으리라 본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시대정신을 망각한 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청와대 말 안 듣다가 강제로 물러났다. 국민공천제도 그런 운명이 되는 것 아닐까?

 “유승민 사태와는 기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 국민공천제는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고 대한민국 정치가 갈 길이기에 그렇다.”

 -전략공천을 20% 정도만 인정하면 어떤가. 그게 청와대나 친박들이 바라는 것 아닌가.

 “10%건 5%건 예외를 인정하면 공천에 억울한 일 당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도 이걸(전략공천을) 용인하면 국민들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겠는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얘긴가?

 “그렇다. 당연한 얘기다.”

 -청와대가 이른바 ‘박근혜 키드’를 핵심 선거구 경선에 출마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 언론에서 ‘(청와대) 누구누구가 어디 출마할 것’이라 보도하는데 너무 나간 것이다. 다만 그중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이 있는 이는 지금이라도 사표 쓰고 지역구에 내려가 경선으로 심판받으면 된다.”

 -청와대가 국민공천에 후보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긴가?

 “의도적으로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경선에 나와 ‘박 대통령이 보낸 사람’이라 선전한다면?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한마디로 수준이 낮은 것이다. 옳지 않다. 자신의 스펙으로 승부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남이 해주나?”

 -친박 일각에선 ‘국민공천제가 되면 김 대표가 미는 후보가 공천될 것’이라 걱정한다.

 “김 대표 측근으로서, 솔직히 김 대표가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기 바란다.(웃음) 그러나 전혀 아니다. 내가 아무리 ‘김무성 오른팔’이라도 지역구에서 열심히 뛰는 것만이 살길이다. 김 대표 본인도 예외가 아니다.”

 -김 대표도 국민공천에 나온다는 것인가.

 “본인도 당연히 나온다. 김 대표가 18, 19대 총선 때 공천학살 피해를 입고 얼마나 고생했나.”

 -비례대표 공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 대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과거보다 정밀한 시스템을 구축해 능력과 대표성을 지닌 분들을 모시는 게 목표다.”

 -김 대표가 포털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청와대를 의식한 것인가?

 “아니다. 포털에 워낙 문제가 많아서다. 포털의 영향력은 방송 3사보다도 크다. 그런데도 제목과 내용이 다른 낚시성 편집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는 법적으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또 우리 당 조사에 따르면 포털들이 메인 화면에 청와대나 김 대표 비난 기사를 유난히 많이 띄운다. 포털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니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포털을 길들이려는 정치적 의도 아닌가.

 “아니다. 포털이 야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메인 화면에 띄우는 것도 시정하자는, 초당적인 취지다. (그런 경우가 많나?) 많지는 않아 야당에서 문제 삼지 않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어느 선까지 포털을 손볼 것인가.

 “최소한 메인 화면에 특정 방향의 기사를 자주 올리는 것과 낚시성 편집은 못하게 할 것이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도 논란이 많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부터 소극적인데.

 “황 부총리가 소극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절차가 있는 만큼 주무 장관으로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뿐이다. 사실 검인정이나 국정이나 완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검인정 가운데 천안함이나 연평해전조차 북한 소행이라 명시하지 않은 교과서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면 학생들의 국가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

 -국사 교과서를 친정부 성향으로 만들려는 의도는 아닌가.

 “지금은 국민 수준이 그런 걸 용인할 만큼 낮지 않다. 선진국은 검인정 교과서를 쓰지만 우리만큼 계층 간에 생각의 격차가 크지 않다. 우리는 집필자마다 생각이 천양지차다. 도저히 놔둘 수 없다.”

 -요즘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관계는 어떤가.

 “솔직히 (두 분 간에) 소통이 안 된 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병기 비서실장이 들어선 지금은 의견교환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당·청 관계가 나쁘다는 항간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두 분 사이가 안 좋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근거 없는 소문을 내는 것 아닌가 한다.”

 -이 비서실장과 김 대표가 자주 대화하나?

 “두 분이 중요 현안을 놓고 자주 통화한다. 나도 이 실장과 자주 통화한다.”

 -내년 4·26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80석도 어렵다”고 걱정한다. 새누리당은 어떤가?

 “야당이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선거가 임박하면 결국 여야 표가 반반으로 갈린다. 우리 당이 220석을 석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우리 당이 국민공천제를 성사시켜 공천혁명을 이룬다면 최소한 야당보다 20~30석은 더 가져갈 것이다.”

 - 그런 전망을 하는 근거는?

 “국민공천이 이뤄져 국민들에게 공천권이 주어진다면 유권자들이 우리 당을 새롭게 바라보고 선택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당은 이미 ‘표 잃어도 할 일은 한다’는 의지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사시켰고, 지금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지 않나. 내년 총선의 키워드는 두 개다. 사회통합과 통일이다. 이 두 과제를 내실 있게 준비하는 당이 이긴다. 김 대표는 그걸 내다보고 매주 2~3시간씩 통일경제교실을 열고 공부해왔다.”

 -김 대표 비서실장으로서 대표에게 세간의 쓴소리를 전달한 적이 있나?

 “김 대표가 깃이 긴 구식 와이셔츠를 입고 다녔다. 그걸 본 내 친구들이 ‘보수 이미지다’ ‘올드해 보인다’고 하더라. 이런 지적을 김 대표에게 전달하니 그 뒤로는 안 입더라. 또 대표가 좋은 뜻에서 누군가를 야단쳐도 국민 눈에는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야단칠 일 있으면 내가 대신 치겠다’고 조언했더니 받아들여졌다.”

 - 그래서 유승민 사태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에게 공개 반발한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했나?

 “그건 아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나가는 상황에서 마음속으로 한마디 한 게 입으로 나온 것뿐이다. 김 위원과는 원래 절친이고 지금도 친한 사이다. 그런 인재가 국회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데 불출마를 선언해 아쉽다.”

글=강찬호 논설위원
사진=김성룡 기자

김학용 의원은 …?
경기도 안성(52). 평택고와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8·19대 국회의원(재선). 한나라당 원내부대표와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거쳐 19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냈다. 현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비서실장이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