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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낙하산 천국 대우조선, 3조 손실로 그치면 다행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분기 3조2000억원의 손실을 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누가 대우조선을 망쳤고 국민 혈세를 제 돈처럼 축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물론 군과 국정원, 고위 관료까지 줄줄이 ‘낙하산 인사’들이 내려왔다. 고문·자문·상담역이란 이름으로 억대 연봉을 받은 이들만 지난 2004년 이후 60명에 달했다. 이들에겐 법인카드와 차량, 사무실 임차료까지 지원됐다. 드러난 금액만 100억원이 넘는다.

 대우조선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그룹의 조선 부분이 분리돼 만들어진 회사로 회생에 3조원 가까운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방만·부실 경영으로 이 회사에 손실을 냈다면 그게 바로 국민 세금을 갉아먹는 짓이다. 이런 인사를 막아야 할 산업은행 회장도 ‘낙하산’이요 사외이사도 정피아·관피아로 채워졌으니 애초에 견제장치라고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그러니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관련자들은 의원들이 손실 책임에 대해 추궁하자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산은이 내려보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생산 부분 원가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 갔다.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과 정성립 현 사장, 외부감사를 맡은 임명섭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상무도 입을 맞춘 듯 “(손실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잘 모르면서 사장은 수조원대의 해양 플랜트 사업을 결정했고, 잘 모르면서 CFO는 사업을 승인했으며, 잘 모르면서 회계법인은 회사 측 말만 듣고 ‘괜찮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렇게 국민 혈세 수조원이 날아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손실은 내년 이후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많게는 1조~2조원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칫하면 그 돈도 고스란히 국민 호주머니에서 메워야 할 판이다. 낙하산을 한번 잘못 내려보내면 그 피해가 얼마나 무지막지할 수 있는지 대우조선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관람료는 오로지 국민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