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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몰래 변론’, 부끄럽지 않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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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변호사의 ‘몰래 변론’은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와 맥락이 닿아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이란 점을 이용해 후배 검사들이 수사 중인 사건을 맡은 뒤 적당한 선에서 변론해 주고 돈을 받는 과거의 악습이 연상되는 탓이다. 변호인단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누락한 것도 전관예우의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그는 지난해 수임한 사건 중 7건에 대해 수임계를 내지 않은 채 사건 변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건의 수임료만도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법조윤리협의회가 최 변호사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밝혀졌다. 대한변협은 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최 변호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실무적인 착오”라고 해명했다. 세무당국에 사건 수임 내역을 밝혔기 때문에 탈세 의도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법원과 검찰 등 사법당국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공정하지 않은 법 집행에 있다. 돈 많은 범죄 혐의자들이 법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고, 이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과거 위상을 악용해 사건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떳떳하지 못한 거래로 인해 변호사들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길 꺼리는 게 법조계의 우울한 현실이다.

 2001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전화 한 통으로 1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래 변론을 통한 전관예우의 실상이 드러난 바 있다. 공적 권력을 사유화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와 변호사 단체는 이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몰래 변론이 발각돼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는 법을 무서워할 사람이 있겠나. 따라서 변협은 이번 파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당연히 법무부와 검찰도 손을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