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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문재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4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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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김진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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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논설위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반대세력과 사력(死力)을 다해 싸우고 있다. 어떡해서든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가 국민 앞에 등장한 게 어언 12년이다. 2003년 노무현 집권으로 따지면 그렇다. 그동안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 대통령후보, 당 대표를 지냈다. 이젠 대통령만 남았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는 왜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가. 법은 공동체의 뿌리다. 문재인의 인생에선 더욱 그렇다. 그는 법을 공부해 출세했고, 법으로 생계를 해결했으며, 법 덕분에 노무현을 만났다. 법은 그에게 생명수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법을 무시한다. ‘한명숙 2년 징역’이 확정되자 그는 대법원마저 공격했다. “법원이 정치화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조작한 사건에 법원이 놀아났다는 것이다.

① 법의 은혜를 입은 이가 왜 법을 팽개치나
② 대통령 후보다운 품격 있나
③ 이미 62세 지식인인데 국가안보관 왜 자주 바뀌나
④ 부도난 회사의 부사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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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법·대법 판결문에는 한명숙의 유죄가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불법자금 9억 중에서 최소 3억원은 대법관 13명 전원이 인정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이를 부정한다. 대통령이 되면 그는 삼권분립을 거부할 것인가. 억울하게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은 야당 정치인이 많다고 그는 주장한다. 많은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이다. 그는 네 번 구속됐다가 네 번 무죄를 받아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런데 그중 세 번이 새정치연합 정권에서 저질러진 것이다.

 공동체는 항상 법과 제도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그런데 문 대표는 종종 이상한 방법을 찾는다.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 같다. 지난 2월엔 이완구 총리후보 인준을 여론조사로 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재신임을 국민여론조사에 부치겠다고 했다. 재신임 자체가 당헌에 없다. 게다가 야당 대표의 재신임을 왜 국민에게 묻는가. 대통령이 돼서도 그는 여론조사에 기댈 것인가. 총리와 장관을 여론조사로 고르고 대북정책이나 노동개혁도 여론에 맡길 건가.

 문재인에겐 대통령 후보의 품격이 있나. 그는 48% 지지를 얻었다. 대통령이 될 뻔했던 것이다.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처럼 품위 있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는 그렇지 못했다. 세월호 사태 때 그는 광화문광장에 앉았다. 핵심 유가족 투쟁가 2명 옆에서 동조 단식을 벌인 것이다. 야당에서조차 반발이 컸다. 정대철 같은 원로는 전화를 걸어 “같이 농성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유가족 중 한 명은 나중에 청와대 앞에서 여성 대통령에게 욕을 해댔다. 다른 사람은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주도적인 인물이었다. 전직 대통령 후보가 그런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은 두고두고 야당에 부담이 될 것이다.

 문재인은 확실한 역사관과 안보관을 가지고 있나. 그는 62세다. 한국 같은 분단국가에서 그 정도 연륜의 지식인이라면 ‘지속 가능한’ 역사인식을 지녀야 한다. 북한·안보·현대사에 대해 확고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는 자꾸 변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분명히 인정하는 걸 그는 5년 동안이나 거부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대표가 된 후에 인정했다. 이승만·박정희 묘소를 참배한 것도 당 대표가 된 후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지식인의 철학이 쉽게 바뀔 수 있나.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그는 또 바뀔 건가.

 그가 노무현 정권에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을 때 국가안보가 위기를 맞았다. 과격한 반미(反美) 시위대가 맥아더 동상을 공격하면서 죽창으로 젊은 경찰의 얼굴을 찔렀다. 폭력 시위대가 평택 미군기지 건설현장에서 국군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이던 시절, 문재인은 그런 경찰관이나 군인을 위문한 적이 없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북한 지뢰에 발목을 잃은 군인들을 위문했다. 그는 진정으로 변했나 아니면 대선을 의식하는 건가.

 마지막 질문은 국가운영 능력에 관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531만 표차로 정권을 내줬다. 회사로 치면 충격적인 부도를 낸 것이다. 2007년 ‘노무현 회사’가 부도날 것 같자 탈당이 이어졌다. 천정배가 1호였고 김한길·정동영 등이 줄을 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열린우리당으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 문재인 ‘부사장’은 청와대에서 대(大)탈주를 지켜보았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는 똑같은 반란을 보고 있다. 이번엔 안철수까지 가세했다. 반대세력은 이번에도 똑같이 말한다. “문 대표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 부도난 회사의 부사장은 유권자에게 다시 투자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런데 그에겐 새 비전이 있나. 비전이 있다면 4·29 재·보선에선 왜 참패했는가. 비전이 있다면 지금의 반란은 무엇인가.

김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