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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깊이보기] 졸업생 82% ‘서울대·KAIST·포스텍’ 진학하는 한국과학영재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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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3년 과정 1년에 마치고 연구 프로젝트 진행
수학·과학 교사 96% 박사…대학교 교과 수업도 개설
고3은 수능 대신 논문 준비, 국내외 학회지에 57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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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영 2학년 박재영(왼쪽)군이 ‘여러가지 리파아제 분비 생산 및 이의 활용방안 탐구’에 대한 실험을 위해 폐식용유에 효소를 넣고 있다. 안정훈 한과영 생물교사와 유시현·이승우군이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Korea Science Academy of KAIST· KSA, 이하 한과영)는 국내 영재학교의 모태(母胎) 같은 곳이다. 이곳은 1991년 부산과학고로 설립돼 크게 두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2003년 국내 처음으로 영재학교가 됐고, 2009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 부설학교로 전환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8개의 과학(예술)영재학교 중 유일하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국립학교다. 한과영의 목표는 미래 과학자 양성이다. 최근 4년간의 졸업생 589명 중 99.2%에 해당하는 584명이 이공계열에 진학했다. 일명 ‘설카포’(서울대·KAIST·포스텍) 합격률도 높다. 2015학년 졸업생 149명 중 KAIST 94명, 서울대 25명, 포스텍 3명이 진학했다. 전체 81.9%다. ‘꼴찌 해도 KAIST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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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에 걸쳐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연구

지난 10일 오후 한국과학영재학교 창조관 실험실. 4명의 학생이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효소별로 활성화되는 걸 보려면 시차를 두고 관찰해야 해. 1시간, 3시간, 6시간…48시간이 지난 후의 반응을 조사해야 한다고.” 2학년 김하린군의 말을 박재영군이 반박했다. “하지만 그러면 목요일에는 밤을 새워야 해. 다음 날 수업은 어떻게 하려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던 학생들은 결국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 팀의 연구 주제는 ‘여러 가지 리파아제의 분비 생산 및 이의 활용방안 탐구’. 팀장을 맡은 김군이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방분해 효소를 이용해 값이 저렴하고 활용 가능한 디젤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지도교사인 안정훈 한과영 화학생물학부 생물교사는 학생들이 벽에 부딪혔을 때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만 할 뿐, 모든 실험은 학생 주도로 이뤄진다.

 한과영 2학년 학생들은 이렇게 4명이 한 조를 이뤄 R&E(Research and Education)에 참여한다. 사실 R&E는 대부분 영재학교와 과학고, 일반고에서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있지만 한과영의 R&E는 기존 프로그램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학년별로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1학년 때는 8명이 함께 창의기초연구를 하고, 2학년 때는 4명이 조를 이뤄 소집단 자율연구를, 3학년 때는 단독으로 졸업연구를 한다.

 1학년 때는 연구하는 방법은 배운다. 교사에게 강의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할지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이다. 조철희 한과영 기획·연구부장은 “중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학생들이 하루아침에 대학원생 수준의 연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1학년 1학기 때는 연구 방법을 가르치고, 2학기 때는 관심 있는 연구 주제를 찾을 수 있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보고서와 논문 작성법, 논문 읽는 법 등을 익히고 예비 실험을 통해 R&E를 준비하는 과정인 셈이다.

 대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는 게 2학년 때다. 대부분 R&E는 대학교수나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지만 한과영은 교사와 함께하는 경우도 많다. 수학·과학 교사의 96%가 박사 학위를 갖고 있어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3학년 양수호군은 “학교에서 하는 걸 선호하는 학생도 많다”며 “연구하다 생기는 의문점을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고, 틈틈이 시간을 내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2년 동안 경험한 걸 토대로 3학년 때 단독으로 졸업연구를 수행한다. 1·2학년 때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학교 교사와 함께하는 개별연구와 여름방학 때 KAIST에 6주간 머물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KAIST HRP(High School Research Program)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연구가 끝나면 발표회를 통해 다른 학생과 정보를 공유하고 우수논문을 선정해 시상식도 연다. R&E로 수학의 ‘매듭이론’을 연구했던 3학년 김단군군은 “발표회는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연구를 발전 심화시키는 기회도 된다”며 “논문을 완성하는 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도 2학년 때 작성한 논문을 저널에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다.

 학생들의 논문은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외 학회에 논문이 발표되거나 게재된 횟수는 모두 53회고, 참여 인원은 108명이다. 최근 2년 동안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4편, 한국판 과학인용색인 KCI(Korea Citation Index)에 7편이 소개됐다. 조철희 부장은 “국내 석·박사 수준의 연구를 한과영 학생들이 해내고 있다”며 “학생들의 연구가 수준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수준별·성향별로 원하는 수업 골라 들어

이 모든 건 한과영이 대입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학생은 수능을 치르지 않고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을 활용해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다. 교육과정도 수능 대비보다는 학생들의 탐구력 신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학년 때 1년 동안 일반고에서 배우는 고교 3년간 내용을 끝낸 후, 2학년 때부터는 대학에서 접하는 일반화학·일반생물학·일반물리학 등을 배운다. 수업도 학년이나 학급에 제한 없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는 무학년·학점제다.

 학년 구분이 없지만 수업 자체는 오히려 더 체계적이다. 과목 간의 위계가 존재해 A를 수강해야 B를 들을 수 있다. 예컨대 ‘물리학 및 실험 ’을 이수해야 ‘일반물리학 ’을 들을 수 있고, ‘정보과학 ’을 들어야 ‘정보과학 ’ 수업을 수강하는 게 가능하다. 2학년 박도윤군은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과 관심에 맞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분야는 대학교 수준의 심화된 내용까지 배우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해진 졸업이수학점 178학점 중 30학점은 창의연구활동이고, 필수학점은 84학점이다.

 이런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3학년 김다인군은 “어려서부터 컴퓨터 이론에 관심이 많았다”며 “한과영에서 소프트웨어 기초를 배우는 것은 물론 카이스트에서 1·2학년이 배우는 ‘데이터구조 및 알고리즘’, ‘객체지향프로그래밍’과 같은 심화된 내용까지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PT(Placement Test) 제도가 대표적이다. 입학 전에 치르는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과목 수강 없이 학점을 부여한다.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정보과학·외국어 등의 필수 교과만 가능하다. 하지만 시험이 까다로워 좋은 성적 받는 게 쉽지 않다.

 AP(Advanced Placement·대학선이수제) 제도를 통해 대학 과정을 미리 경험하고 학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AP 제도도 대부분 특목·자사고에서 이뤄지지만 KSA는 KAIST와 긴밀하게 연결이 돼 있다는 게 다르다. 현재 개설된 과목 중 KAIST와 포스텍·UNIST(울산과학기술대)에서 인정하는 게 각각 58학점, 35학점, 37학점이다. 조철희 부장은 “이를 잘 활용하면 대학 입학한 후 3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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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적성 찾고, 계발하게 돕는 학교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평생 연구할 분야를 찾고 미래를 설계한다. 김단군군은 “한과영은 자신이 왜 특별한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초반에는 방황하는 사람도 있다. 입학하기 전에는 자신의 능력이 최고인 줄로만 알다가 우수한 학생이 모인 이곳에서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거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강점을 발견한 후 졸업을 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태권도 수업, 17개의 동아리와 30개의 연구회 등이 학생들이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뭔지, 어떤 걸 할 때 만족감이 높은지 찾게 도와준다.

 학생 자체가 이 학교의 강점이기도 하다. 우수한 학생이 많다 보니 스터디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이나 로비에서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수업 자체가 6~18명으로 이뤄지다 보니 같은 과목을 들어도 교사와 수업 방식이 제각각이라 이런 내용을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1학년 박유림양은 “친구 10명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그동안 배운 자료와 내용을 공유한다”며 “학교 교사 외에 모든 친구가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끼리 비공식적인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장애인을 돕는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박양은 최근 친구 8명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드론’ 개발을 계획 중이다. 박양은 “학교나 외부 재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2학기 때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고 프로그래밍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한과영에서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망상이나 공상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현실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정윤 한과영 교장이 2013년 부임 후 가장 강조하는 것도 국제화다. 정윤 교장은 “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무대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며 “세계에서 활약하는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소통하고 경쟁하려면 어학 능력은 필수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과학인재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거다. 외국인 학생 선발에 더 집중하고, 국제학술교류, 국제공동연구활동도 더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 24명이 다니고 있다. 또 해외 11개국 19개 영재교육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국제교류와 학술연구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학·과학 교과는 모두 영어 교재를 사용하고, 일부 과목은 영어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많을까. 기숙사가 있는 대부분 특목·자사고 학생 중에도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찾기 어렵다. 학원에 다니는 게 우수한 성적을 받거나 논문을 쓰는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시험을 치르는 방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공식 하나 더 외우고, 교과서 한 줄 더 읽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박양은 “보통 수학시험은 12문제를 2시간30분에 걸쳐 볼 정도로 창의력과 탐구력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문제가 나온다”며 “선행학습 2~3년 하는 것보다 혼자 힘으로 집요하게 탐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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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학교 전경. ②한과영 학교 곳곳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다. ③학생들이 학교 천문대 슬라이딩돔에서 천체관측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④도서관은 늘 학생들로 붐빈다

▶대표 비교과 활동 - 국외위탁교육

외국 학교·기관서 2주간 연구
“세계와 교류하며 시각 넓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고사성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실제로 경험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과영은 글로벌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게 국외위탁교육이다. 국외위탁교육은 학생들이 국외 명문대나 유명 연구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며 연구 경험을 쌓고 국제 문화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할 수 있는 학교나 기관은 다양하다. 2014학년도에는 미국 보스턴대(Boston College), 러시아 모스크바 화학영재학교 MCL(Moscow Chemical Lyceum), 싱가포르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The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등 7개국 9개 대학·기관이었다. 2학년은 전교생 148명이 모두 참석하고, 3학년은 우수한 학생 16명을 선발해 파견했다. 한 기관에 적게는 8명, 많게는 20명이 가서 약 2주간 머문다.

학생들은 외국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고, 실험하면서 시야를 넓힌다. 2학년 박도윤군은 올해 여름방학 때 미국 보스턴에 있는 우스터공과대(WPI, Worcester Polytechnic Institute)로 위탁교육을 다녀왔다. 전자회로 수업을 듣던 중 교수가 갑자기 납땜 기구를 이용해 회로를 만들라고 시켰던 게 인상 깊었다. 박군은 “WPI의 교육 목표가 ‘배우고 바로 실천하자’였는데 수업 속에 이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며 “이후 한국에 돌아와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이 있으면 되도록 바로 활용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계 우수한 학생들을 보면서 자극받는 기회도 된다. 지난해 모스크바 화학영재학교 MCL로 위탁교육을 다녀온 3학년 정원호군은 “외국 학생들은 한국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업과 실험에 참여하고 교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질문했다”며 “우수한 학생이 모인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위탁교육은 거의 무료로 운영한다. 3박4일간 이뤄지는 문화체험비용 150만원을 제외하면 수업료·기숙사비·급식비 등 일체를 학교에서 부담한다. 한 학생당 평균 2500달러(약 29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영국처럼 거리가 멀고 물가가 비싼 곳은 4000달러(약 465만원)를 넘기도 한다. 조철희 한과영 기획·연구부장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우수한 학생들도 미래가 불안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며 “세계의 영재들과 교류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꿈을 명확히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진학하려면

의·약학 계열 희망자는 부적합
창의적 수학·과학 해결 능력 관건

“탐구력과 창의력을 갖춘 수학·과학 영재를 선발합니다. 의·약학 계열의 진로 희망자는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김상균 한과영 교무지원부장의 말이다.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한과영은 남녀 구분 없이 120명을 뽑는데, 매년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린다. 중3뿐 아니라 중1·2도 지원할 수 있다. 현재 과학(예술)영재학교는 서울과학고·대구과학고 등을 포함해 전국에 8곳이 있는데, 학생 선발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한과영은 학생기록물평가(서류), 창의적 문제해결력평가(지필시험), 영재성 다면평가(면접)의 3단계로 전형한다. 1단계에서는 1000명 내외를 뽑는데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 증빙자료, 추천서 등을 통해 영재성을 판단한다. 추천서는 담임교사 외에도 수학·과학 교사 중에 받아야 하고, 자기소개서 증빙자료는 자기소개서 기술 내용에 대한 증빙자료가 있을 때만 3건까지 낼 수 있다. 교외 수상 실적, 영재교육원 수료증, 인증·능력시험 점수 등은 제외다.

한과영은 1단계부터 꼼꼼히 평가한다. 서류심사를 맡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달 넘게 워크숍을 진행한다. 전년도 지원자의 서류자료를 갖고 모의평가를 하는 거다. 합격·불합격한 학생들의 면면을 살피고, 입학 후 우수한 학생의 성향을 파악한다. 실제 서류평가 할 때도 한 학생의 자료를 적어도 2명 이상의 교사가 중복 검토한다. 김 부장은 “이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 다른 영재학교 중에는 1단계 지원자를 다 통과시키고 2단계로 당락을 가르는 곳이 있다”며 “하지만 한과영은 모든 지원자를 최선을 다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2단계에서는 창의적 문제해결력평가를 통해 우선선발 학생 40명을 포함해 200명 내외를 뽑는다. 2016학년도 기준으로 과학시험은 24문제, 수학시험은 5문제가 나왔다. 중학교 교과 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올해 과학은 밀도에 관계없이 기체가 혼합되는 이유, 플로지스톤설 관련 실험 설계 등을 물었고, 수학은 이차식의 범위, 평균과 표준편차, 외각의 이등분선 정리 등을 출제했다.

채점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단기 방학을 할 정도다. 정답뿐 아니라 풀이 과정까지 물샐 틈 없이 살피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은 “2단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 입학 후 큰 문제가 없다’는 최저 기준의 개념”이라며 “주어진 문제를 과학·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3단계는 2박3일 동안 캠프로 이뤄진다. 면접도 크게 3단계로 이뤄지는데, 1단계에서는 수업적응 능력, 문제제기 능력 등을 확인하고, 2단계에서는 창의성,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 대인관계 능력과 독창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확인한다. 1, 2단계는 보통 학생이 1~2명의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하는 식이고 3단계는 16명이 함께 집단면접을 치른다. 김동훈 한과영 입학팀장은 “면접 과정은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심층면접을 통해 수학·과학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확인하고 다양한 면을 살펴 창의력과 잠재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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