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 50년 미래 비전 선포] JP "중앙일보 바른 붓대 되길"…일 대사, 한 무릎 꿇고 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김종필 전 총리와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2일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기념식 무대 뒷편에서 휠체어를 탄 채 깜짝 등장했다. 국회의원 9선과 두번의 국무총리를 지낸 구순(九旬)의 국가원로를 향해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 전 총리가 외부의 초청에 응해 공개행사에 참석한 건 2008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자신의 호를 딴 '운정회' 창립총회(2013년 12월)와 일대기를 담은 사진집 출판회(지난 5월)에 참석했을 뿐이다. 오랜 은둔을 깨고 나온 그는 차분하면서 힘있는 목소리로 축사를 읽어내려갔다. 거동이 불편한 오른손 대신 떨리는 왼손으로 원고를 한장씩 넘겼다.

그는 중앙일보 50년을 근대화의 반세기로 풀어냈다. JP 그 자신이 조국근대화 기치를 내건 5·16의 설계자이자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중앙일보는 우리 대한민국이 수출 1억불을 달성하고 조국 근대화의 야심찬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창간됐습니다. 중앙일보는 신뢰와 창조를 철학으로 삼고 한국 언론의 선두대열에서 항상 도전하며 혁신을 이끌어왔습니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고자 땀 흘렸던 역사 속에 중앙일보 50년이 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지론인 '어머니론'을 언급했다. "어제는 오늘의 어머니입니다. 소중히 간직해야 할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지난 중앙일보 50년은 바로 어머니의 노래입니다." 그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이 언론인 여러분의 신념이기를 덧붙입니다. 시대는 변하지만 나라와 국민을 지향하는 '바른 붓대'가 여러분의 자랑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라고 언론인의 자세를 당부했다. 이어 "지난 50년을 되새기며 내일의 도약을 기약하는 중앙일보가 국민에게 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조용히 그의 발언을 경청하던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JP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축사를 마친 김 전 총리는 단하의 헤드테이블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그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JP는 인사를 하러 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손을 차례로 잡아 뺨에 대며 각각 "잘하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김 전 총리에게 찾아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이에 JP는 벳쇼 대사에게 왼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다. 2012년 9월 부임했을 때 벳쇼 대사는 JP를 찾아갔고 이후 예닐곱 차례 만나며 인연을 이어왔다.

김종필 전 총리는 지난 3월부터 중앙일보에 주3회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을 연재 중이다. 지난 7개월 동안 그는 6·25전쟁과 5·16, 제3공화국과 유신, 10·26과 5·17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JP의 남은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연재를 이어간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