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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조율이시 같은 음식 놓는 법엔 숨은 이야기가 있다는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기본적인 차례상 차림. 진설법은 가문과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집 안 가득 퍼진 맛있는 냄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갑니다. 잘 익은 과일과 보기만 해도군침 도는 산적에 손이 슬쩍 올라갑니다. 아차차! 오늘은 안 됩니다. 아무리 식탐이 나를 지배하려 해도 말이죠. 조상님들에게 우리 가족을 무사히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날이니까요. 조상님께 인사를 건네는 제사상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또 기제사상과 차례상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옛날 옛적, 농사를 짓기 시작한 조상님들은 농사란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정성을 다해도 가뭄이 들거나 태풍이 오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죠. 고민하던 조상님들은 자연의 신에게 농사를 잘 되게 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제천의식입니다. 여러분이 역사 교과서에서 배울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등이 바로 제천의식이죠. 하늘과 땅·바람·비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절을 올렸던 제천의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상을 기리는 제사로 정착됩니다.

오늘날 제사는 크게 기제사와 차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제사는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의식으로 집 안에서 예를 지키며 주로 돌아가신 날 0시 무렵에 지냅니다. 차례는 원래 차를 올리면서 예를 다한다는 의미로 ‘차 다(茶)’를 써서 ‘다례’라고 불리다가 ‘차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4대 명절인 설날·단오·추석·한식 당일 이른 아침에 대대로 조상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조상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죠. 지금은 보통 종손의 집에 모여 지냅니다.

차례는 절기(봄·여름·가을·겨울) 행사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명절에 따라 상에 올리는 음식도 차이가 있죠. 설날은 한 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흰 떡국을 올리고 추석에는 햅쌀(그 해 추수한 쌀)로 밥을 짓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어 올립니다. 기제사와 차례상의 상차림은 일반 잔칫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상님께 ‘잔치를 벌려 공경하는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아서죠.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에 담긴 의미

차례상에는 절기별로 반드시 올려야 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인 송편이 그중 하나죠. 소나무 잎을 넣고 떡을 쪄 소나무 송(松) 자를 따 ‘송편’이라고 부르는데요,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살라는 뜻입니다. 반달 모양은 점점 켜져서 꽉 찬 보름달처럼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죠. 삼색나물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뿌리를 먹는 도라지는 과거를, 줄기를 먹는 고사리는 현재를, 잎을 먹는 시금치는 미래를 상징하죠. 과거·현재·미래가 골고루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제사상은 의식을 치르는 상차림이기 때문에 음식을 놓는 자리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이를 ‘진설’이라고 합니다. 법칙이긴 하지만 가문과 지방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제사상 첫 줄에는 과일을 놓는데요. 과일 놓는 순서를 동조서율(東棗西栗)이라고 하기도 하고 조율이시(棗栗梨枾)라고 하기도 합니다. 한자 때문에 어려워보이지만 뜻을 알면 쉽습니다. 동쪽 동(東), 대추나무 조(棗), 서쪽 서(西), 밤 율(栗)의 한자를 써 동쪽에는 대추, 서쪽에는 밤을 놓으라는 소리죠. 붉은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니 색이 비슷한 대추는 동쪽, 서쪽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밤은 서쪽에 놓으라는 의미예요.

조율이시는 대추나무 조(棗), 밤 율(栗), 배나무 이(梨), 감 시(枾)를 말합니다. 대추 씨는 하나니 왕을 뜻하고, 밤은 껍데기 속에 알이 셋 들어있어 3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뜻하고, 배는 씨가 6개라 6판서(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를, 감은 씨가 8개라 팔도관찰사를 의미한다고 해서 순서를 대추-밤-배-감 순으로 놓는 것이죠. 배와 감의 순서를 바꾸는 집안도 더러 있는데,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어요.

제사가 끝나 친인척끼리 모여 음식을 나눠먹는 것을 ‘음복’이라고 부릅니다. 조상의 덕을 기리는 마지막 절차인 셈이죠. 차례를 지내는 방식은 가문과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모두 하나겠죠. 이번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며 마음 속으로 ‘조상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을 평온하게 보살펴주세요’라고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송편 만드는 법

쫄깃한 송편을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떡 속에 깨·콩·밤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가 골라먹는 재미도 있죠. 송편은 햅쌀로 만든 추석의 대표 음식이에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예쁜 송편 만들기 게임을 해 보는 것도 추석의 묘미입니다. 복스러운 송편을 만들어 올 추석 송편의 아이콘이 되어 보세요.

1단계 소 준비하기 소는 송편에 들어가는 재료로, 밤·깨·콩·거피팥 (흰 팥) 등을 주로 쓰며
설탕·꿀·소금으로 간을 해 다양한 맛을 만들죠. 밤은 삶아 속을 벗겨 으깬 후 설탕과 소금을 넣고 조려주고, 깨는 볶아 찧은 다음 꿀이나 설탕, 소금으로 간을 해 버무려주세요. 콩은 삶아 껍질을 까서 소금·설탕으로 간을 하고, 거피팥은 삶아 으깬 후 설탕·소금·계피가루를 넣고 뒤적여줍니다. 이외에도 단호박·대추 등 넣고 싶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2단계 떡 반죽하기 방앗간에서 갈아온 멥쌀을 소금과 섞어 체에 한 번 걸러주세요. 멥쌀가루가 고와져 더 쫄깃해집니다. 체에 거른 멥쌀가루에 끓인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익반죽합니다. 익반죽은 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하는 것을 말하는데 곡물 속의 전분을 풀어줘 끈끈한 점성이 생기게 해요. 익반죽을 잘해야 쫀득쫀득한 떡을 만들 수 있죠.

3단계 송편 빚기 익반죽 한 떡을 밤톨 크기로 떼어내 동그랗게 만들고,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를 움푹하게 만든 후 소를 담아요. 속을 채우고 입구를 엄지와 검지로 붙여가며 반달 모양을 만들어요. 소를 너무 많이 넣으면 반죽이 터지거나 소가 새어 나오니 양을 조절하는 것 잊지 마세요. 가족 모두 나눠 먹는 음식인 만큼 정성을 다해 예쁜 모양으로 빚어 보세요.

4단계 송편 찌기 김 오른 찜통에 면보(헝겊)를 깔고 솔잎을 가지런히 놓은 후 송편을 붙지 않게 일정한 간격으로 올려주세요. 그 위에 다시 솔잎을 깔고, 송편을 올리는 방법으로 3~5층을 쌓으면 됩니다. 뚜껑을 덮고 18분 정도 쪄낸 다음 빨리 찬물에 담갔다 건져내야 쫄깃함이 살아있는 떡이 된답니다. 물기를 뺀 후 서로 붙지 않게 참기름을 발라주면 완성입니다.

글=황정옥·이민정 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도움말=궁중음식연구원, 참고도서=『제사와 차례』, 『제사와 제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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