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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갈 길은 핵·로켓 아닌 대화·협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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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데 이어 15일 핵시설 가동까지 언급한 것은 8·25 남북 합의로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긴장완화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위협적인 무기체계로 얼마든지 전용될 수 있고, 핵시설 가동은 핵무기 생산·실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며 로켓을 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8·25 남북 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한반도에 긴장을 몰고 오는 중대 도발이기도 하다.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북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이런 언급이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10여 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한·중 최고 지도자는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한·중 정상이 미리 경고한 상황에서 나온 로켓·핵 위협은 두 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게다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여러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물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유형의 발사도 금지한다. 특히 중국·러시아도 함께 처리한 안보리 결의 2094호는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안보리가 추가적인 중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안보리의 추가 제재와 국제사회의 개입을 부르는 위험한 도발이다.

 게다가 로켓 발사는 8·25 남북 합의에서 규정한 ‘비정상적인 사태’에도 해당해 남측이 확성기 대북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이 핵·로켓으로 도발한다면 한반도에 외세 개입을 부추기고 남북 긴장을 고조하는 불행한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남북 문제를 진정으로 자주적으로 풀고 싶다면 더 이상 도발이나 위협을 해서는 안 된다. 도발은 북한을 더욱 믿을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 압박만 가중할 뿐이다.

 결국 북한의 핵·로켓 카드는 이러한 국제정세를 오판한 무모한 행동이다. 창립 70주년의 유엔총회를 앞둔 국제사회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코앞에 둔 남측의 이목을 끌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진정으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인민에게 값 높은 삶과 행복을 제대로 누리게 하고 싶다면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오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남측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고립 탈피 노력을 지지하고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아시아 정세를 직시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남북 공존과 동아시아 평화를 모색하는 지혜를 기대한다. 이는 시대의 요구이자 민족의 바람이다. 정부도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대화와 협력만이 남북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