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와 어우러진 향신료·약초 특별한 날 먹는 파키스탄 볶음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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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28면

주한 파키스탄 대사 부인 라힐라 나룰라 칸에게는 ‘패셔니스타’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대사관 행사 때마다 화려한 문양과 색상이 돋보이는 전통의상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자국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나타난 부인은 다른 때보다 옷차림이 수수한 편이었다. 대신 이번에는 요리로 다시 파키스탄 문화의 화려함을 보여주었다. 부인이 소개한 ‘치킨 비리야니(chicken biryani)’는 무려 20가지가 넘는 재료가 동원된다.


“비리야니의 풍요로운 향기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아세요? 바로 다양한 약초와 향신료입니다. 비리야니는 나라 전역에서 즐기는 파키스탄 대표 음식이지만, 가정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천차만별이라 맛이 참 다양해요.”


쌀과 고기와 채소를 갖가지 양념에 섞어 요리하는 이 파키스탄 전통음식에는 시원한 국물 요리가 어울린다며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서울에서 연회 조리팀 부팀장으로 근무하는 최하선 셰프는 만두 전골로 화답했다.


익혀도 끈끈해지지 않는 바스마티 쌀이 포인트 16세기 초 무굴 제국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리야니는 볶음밥과 유사해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조리법은 거의 동일하지만 지방마다 생산되는 재료가 다르고, 또 가정마다 요리 스타일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 직접 먹어보기 전에 맛을 예상하리란 쉽지 않다고 한다. 칸 부인이 선택한 주재료는 닭고기와 바스마티 쌀(basmati rice)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향긋하다’를 뜻하는 바스마티는 알이 섬세하고 길쭉해 익혀도 끈끈해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이날 사용한 향신료에는 고수·울금·쿠민·카다멈 등이 포함됐다.


“파키스탄에서 치킨 비리야니는 결혼식이나 축제 같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제공되는 음식이에요. 바스마티 쌀은 한국의 외국인 슈퍼마켓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전 본국에서 구입해 직접 가져오는 편이에요. 맛이 절대 같지 않거든요.”


향신료 얘기가 나오자 최 셰프는 이날 요리한 음식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일부 한국인은 그 특이하고 강한 향을 낯설어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커민이나 육두구 같이 향이 강한 양념에 익숙하지 않더라고요. 고수도 마찬가진데, 호텔에서 일하다 보면 ‘고수는 빼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고수를 아주 좋아하죠.”


갖가지 향신료 외에 파키스탄 요리의 주재료가 뭐냐고 묻자 칸 부인은 “양파·토마토·생강·마늘이 흔하다”며 “난(naan)같이 밀가루를 발효시켜 넓적하게 굽는 피타빵(pita bread)과 발효과정 없이 통밀 가루로 만들어 먹는 차파티(chapatti)가 기호식품”이라고 답했다.


칸 부인의 치킨 비리야니가 완성되자 최 셰프는 “생각보다 맵고 향이 강하다”며 “특히 커민과 카다몬의 잔맛이 입 안에 오래 남아 전반적으로 아주 맛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스마티 쌀이 잘 흩어지는 게 국내 쌀과는 확실히 다르네요. 같이 먹을 만한 국물 요리로는 김치찌개나 만두버섯 전골이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칸 부인이 이 날 요리한 치킨 비리야니가 향신료의 향연이었다면, 최 셰프가 준비한 만두버섯전골은 버섯의 축제였다. 느타리버섯·표고버섯·새송이버섯·이슬송이·만가닥버섯·황금송이버섯 등이 들어가 갓 빚은 만두와 맛깔스런 조화를 이뤘다. 무슬림인 칸 부인을 위해 고기는 특별히 할랄 쇠고기로 준비했다. 할랄 고기가 흔치 않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부인에게는 기쁜 소식이었다.

만두버섯전골은 오래 끓이면 맛·모양 망가져 “한국 시장에서 파는 할랄 고기는 구입 시기부터 냉동돼 있어 아쉬울 때가 참 많아요.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없어 파키스탄 요리를 할 때도 진정한 고국의 맛을 느끼기 힘들죠. 특히 커리 요리할 때가 가장 타격이 큰 것 같습니다.”


버섯과 당면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한식 중에선 잡채를 즐긴다는 칸 부인은 다양한 버섯이 진열돼 있는 걸 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 셰프가 옆에서 만두 빚는 방법을 알려주자 그는 “보기보다 아주 재미있다”며 예쁜 모양새를 잡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 정성스럽게 빚은 만두와 갖가지 채소들을 전골냄비에 돌려 담을 때가 되자 칸 부인은 아름다운 꽃이 연상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최 셰프에게 맛있는 만두버섯전골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찌개 끓이듯 오래 끓이지 마세요.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렇게 요리하면 버섯과 만두가 뭉그러져서 맛도 모양도 안 삽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물을 가리켜며 “너무 오래 끓이면 국물도 느끼하거나 텁텁해져 전골 육수의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최 셰프가 만두버섯전골을 선정한 데는 개인적인 경험도 한 몫 했다고. “결혼하고 처가에 놀러갔을 때 장모님이 끓여주신 만두버섯전골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대전에서 식당을 하시는 장모님의 솜씨는 셰프인 저도 감탄할 정도죠. 결혼 20년째인 지금까지도 장모님에게서 김치를 얻어 먹는답니다. 오늘 제가 만든 만두버섯전골도 아직 그때 장모님이 끓여주신 걸 못 따르는 것 같네요.”


추억의 요리 만두버섯전골이 완성되자 칸 부인은 “향이 아주 좋고 간이 딱 맞다”며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양적인 측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어 보입니다. 다양한 채소로부터 섬유질과 비타민을 얻고, 만두에선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어 풍요로운 요리네요.” ●

● 치킨 비리야니 (6~8인분)


재료: 닭고기 750g, 양파 2개, 토마토 3~4개, 플레인 요거트 1/2컵, 다진 생강 1½t, 다진 마늘 1t, 고수 가루 1½t, 커민 씨 2t, 고추 2~3개, 검은 카다멈 씨 1개, 초록 카다멈 씨 4개, 정향 4개, 소금 1t, 강황 1/4t, 올리브 오일 1/2컵, 고춧가루 1t


밥 재료: 바스마티 쌀 3컵, 스타아니스 1개, 올리브 오일 2T, 레몬즙 2T, 소금 1½t, 다진 고수 잎 2T, 다진 박하 잎 2T


만드는 방법


카레1. 냄비에 양파를 넣고 볶은 뒤 모든 향신료와 토마토를 더해 중간 불에 4~5분 동안 볶는다. 요거트를 첨가해 2~3분 동안 조린다.2. 같은 냄비에 닭고기를 넣어 살짝 익을 때까지 중간 불에 볶는다. 물 반 컵을 붓고 약한 불에 뚜껑을 덮은 채 닭이 모두 익을 때까지 4~5분 동안 조린다.


밥1. 다 된 밥은 반 정도 냄비에 담고 그 위에 커리를 모두 부은 후 다진 고수 잎과 박하 잎을 뿌린다. 남은 밥을 그 위에 올려 뚜껑을 덮은 채 2분 동안 센 불에 찐다. 2. 불을 낮게 줄여 10~15분 동안 더 찐다. 3. 골고루 섞은 커리와 밥을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다진 고수 잎과 고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 만두버섯전골 (4인분)


재료: 느타리버섯 60g, 표고버섯 60g, 새송이버섯 100g, 이슬송이 60g, 만가닥버섯 60g, 황금송이버섯 10g, 미나리 80g, 홍고추 20g, 국간장 3g, 깨소금 5g, 쪽파 20g, 다시마 육수 5컵, 쑥갓 50g


만두 재료: 다진 파 10g, 참기름 10g, 다진 쇠고기 160g, 숙주 200g, 다진 마늘 7g, 만두피 20장, 배추김치 160g, 두부 160g, 후춧가루


만드는 방법1. 중간 불에 맞춰 숙주를 소금물에 담고 30초 동안 익힌다. 2. 다된 숙주는 쇠고기, 김치, 두부, 다진 파, 다진 마늘, 후춧가루, 참기름과 함께 섞는다. 3. 만두피에 만두 소를 넣은 채 반으로 접어 붙인다. 양쪽 끝은 서로 맞붙여 둥글게 만두를 빚는다. 4. 여러 종류의 버섯은 깨끗이 씻은 뒤 먹기 좋게 자른다. 5. 미나리, 쪽파, 홍고추, 쑥갓을 깨끗이 씻은 뒤 만두와 버섯과 함께 전골 냄비에 담는다. 6. 냄비에 육수를 붓고 센 불에 5분 동안 끓인다. 중간 불로 낮춰 10분 동안 더 끓인다. 7. 간장과 깨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2분 동안 중간 불에 끓여 마무리한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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