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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콘서트]문유석 "헬조선에 빠져선 안 돼, 담대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처음 지정된 법원의 날(9월 13일)을 맞아 서울고등법원(법원장 심상철)은 11일 서강대와 함께 ‘코트 콘서트(Court Concert)’를 열었다.

‘국민과 소통하는 바람직한 법관상 찾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명망 있는 국내 판사들과 함께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 반 동안 서강대학교 이냐시오 강당에서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정민 MBC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코트콘서트는 심상철 서울고등법원장을 비롯해 김영란 전 대법관 등 많은 법조인들이 첨석했다. 또 서강대 로스쿨 학생을 비롯한 일반인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스타 법관’들이 대거 출연했다. ‘판사유감’ 칼럼으로 익숙한 문유석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판사유감: 법관의 일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관객과 마주했다. 이어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판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과 백강진 캄보디아 특별재판소 재판관의 ‘사법 한류를 위하여’가 이어졌다. 각각 20분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판사는 “법관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은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판사가 보는 세상은 척박하다. 이런 현실에서는 누구나 쉽게 시니컬해질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과 같은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판사는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면 담대하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판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담대함 용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강연에서 “판사는 한마디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을 원하지만 판사는 그게 잘 안 된다. 섣불리 누구 편이 되기 어렵다”며 “배우자와 시어머니 사이에서 아내가 하소연하면 공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사례를 들었다. 판사의 결정이 매우 신중하고 어렵다는 얘기다. 이어 “판사는 자신의 판단이 비슷한 상황에 놓은 사람들의 행동 방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이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유엔 캄보디아 특별재판소(ECCC) 전심 재판부 국제재판관으로 임명돼 활동중인 백강진 재판관은 "나는 국제 재판관으로 근무중인 휴직법관이다"라며 유쾌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판사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법관을 하면 할수록 회의가 많이 들고 혼란스럽다. 완벽한 사람이 되기는 힘들지만 도전하는 법조인이 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세 법관의 강연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서강대 법학대학원 한 학생이 “논리와 가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질문하자 백 재판관은 “온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온정을 냉정에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답은 없다. 많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문 판사는 “개별적인 온정은 사회에서 승인이 되지 않는다. 법의 영역에서는 온정이 일반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중간에 서강대 학생들이 다채로운 공연을 펼쳐 200여 명의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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