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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법,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 전액 지원 판결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해외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제3부(재판장 오카베 기요코ㆍ岡部喜代子)는 8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69)씨와 피폭자 유족 2명이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사카부(大阪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외 거주 원폭 피해자에게 일본의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피폭자원호법)에 따라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한 최고재판소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현재 히로시마(廣島)ㆍ후쿠오카(福岡)고등재판소에 계류 중인 같은 내용의 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일본 피폭자원호법은 원폭 피해자 의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분을 국가가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폭자가 일본이 아닌 거주지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원호법에 따른 의료비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상한선 이내에서 의료비를 지원했다. 이씨와 피폭자 유족 2명은 이에 반발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오사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도 ‘피폭자원호법은 일본 내에 사는 것을 의료비 지급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약 18만엔(179만여 원)이던 재외 피폭자 의료비 연간 한도를 2014년도부터 약 30만 엔으로 올린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재외 피폭자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약 4280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거주자는 약 3000명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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