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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현·김영애·이보희 "우리 방금 망가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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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 이보다 더 웃길순 없다

점잖은 이미지와 심각한 멜로 연기로 분위기 잡던 스타들의 망가지는 모습은 시청자가 뒤로 넘어가게 하는 시트콤의 주된 무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시트콤도 이번 만큼 강력한 무기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다름아닌 중견 탤런트 서승현(60).김영애(52).이보희(44)씨다.

주책스런(이미지의) 서승현과 고상한 김영애.요염한 이보희가 아무리 연기력이 있다한들 제대로 웃길 수나 있겠어,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세 아줌마가 한꺼번에 시트콤에 출연하더니 단번에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려 버렸다.

지난 9일 시작한 '달려라 울엄마'(KBS 2TV.월~금 오후 9시25분)가 바로 그 무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여고 동창생 세 사람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가는 홈 시트콤이다.

사실 방영 전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심지어 매회 등장하는 여고시절 회상장면에 이 세 사람이 직접 여고생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시청자를 우롱하는 캐스팅'이라는 극언을 한 네티즌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완전히 바뀌었다. '달려라 울엄마'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영애 아줌마 너무 재미있어요''서승현 아줌마!! 아니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요'등의 사연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첫회에서 전학온 김영애가 3년 '꿇은' 이 학교 '짱' 서승현을 물리치는 결투장면은 압권이다. 김영애는 백년 묵은 이무기처럼 재주를 몇 번 넘으면서 서승현을 쓰러뜨린 후 한마디 한다. "누구 내 팬티 봤어."

# 너도 나도 "왕년의 모범생"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의 '달려라 울엄마' 촬영현장. 이날 녹화분량이 가장 많아 먼저 스튜디오에 나온 김씨는 우리가 알던 차분한, 바로 그 김영애의 모습으로 분장실에 앉아 있었다. 다음주 촬영할 대본을 살피면서 혼자 키득키득 웃는 김씨, 터프한 '들장미파' 여고생 삼인방의 한 사람 영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망가지는 연기가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본인은 너무 재미있단다.

"꾸미지 않아서 좋아요. 저 원래 재미있는 거 좋아하거든요. 물론 '달려라 울엄마'에서 약간 오버하기는 하지만요."

몇 시간 뒤 도착한 서씨.이씨는 촬영 중간중간에 김씨와 분장실에 나란히 앉아 대사를 맞추면서 서로 웃느라 정신이 없다. 김씨의 터프한 연기에 서씨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에 김씨는 "이상해요? 내가 그러니까"라고 물으면서도 한껏 더 터프하게 대사를 친다.

서씨.김씨처럼 완전히 망가지는 건 아니지만 이보희가 연기하는 공주과 캐릭터는 밉상 그 자체. 주책없이 친구의 아픈 데만 콕콕 찌른다. 하지만 이씨는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을까 우려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드라마인데요 뭘…. 오히려 더 재미있어요. 하지만 실제 이런 성격이면 '왕따'당하지 않을까."

연기가 너무 사실적이라 실제로 여고시절 '들장미파'가 아니었나 의심이 들 정도지만 모두 강력하게 부정한다. 명랑한 모범생이었다는 서씨는 "우리 학교(배화여고)에는 '후라빠'가 없었어. 다들 얼마나 착했는데. 그냥 상상으로 연기하는 거야."

저 앞에서 남학생이 걸어오기만 해도 고개를 푹 숙일 만큼 내성적이었다는 이씨. 있는지 없는지 모를만큼 얌전한 아이였다는 김씨. 모두 '믿거나 말거나'지만 정말 '달려라 울엄마'에서는 그 역할이 너무 잘 어울린다.

회상 장면 촬영을 위해 교복으로 후다닥 갈아입고 풍선같은 아줌마 머리를 곱게 땋고 있던 서씨가 말한다. "아무리 교복 입혀놓고 머리 딴다고 해도 '중닭'이 어디 가나. 옛날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솔직히 너무 안 어울리고…. 그러니까 재밌잖아."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김영애 (中)

아줌마들 중 대장. 여고시절부터 '들장미파'삼인방의 짱. 현재는 부티크 사장.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삼남매를 키웠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애착이 큼.

***서승현 (左)

'들장미파'의 행동대장. 직업은 택시 기사.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늦게 들어가 동급생보다 나이가 많음. 밖에서는 터프하지만 남편에게는 꼼짝못함.

***이보희 (右)

돈 많은 가정주부. 전형적인 공주병. 여고시절부터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 남의 아픈 곳을 찌르는 주책맞은 말 때문에 승현과 늘 부닥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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