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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야기는 본능이다, 소설은 놀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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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작가를 위하여
김원우 지음, 글항아리
708쪽, 2만7000원

‘소설 잘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붙인 일종의 매뉴얼(설명서)이다. 목차에 그런 면모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전체를 11장으로 나눠 이야기의 정의, 소설의 구성(플롯)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같은 실용적인 항목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가령 10장의 제목은 ‘소설의 성취는 문장/문체가 좌우한다’이다.

 하지만 책의 독자를 반드시 소설가 지망생 혹은 기성 작가로만 한정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가볍고 얄팍한 책을 선호하는 요즘 시류에 도전하는 육중한 분량 안에 세상사와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독설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서다. 더구나 소설은 ‘문학의 종언’ 류의 각종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망한 예술 장르다. TV드라마·영화 등 으로 반복해서 재가공되는 상상력의 보고 아닌가. 그러니 소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살펴보는 일은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는 ‘놀이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중견 소설가인 저자 김원우(69)씨는 이야기, 즉 소설이 매혹적인 이유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소설 쓰기의 매력과 작법을 안내하는 『작가를 위하여』를 낸 중견 소설가 김원우씨. [중앙포토]

 김씨는 우선 하늘을 우러러보며 자신에게 닥칠 길흉화복과 운세를 점쳤던 인간의 오래된 본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하늘을 주시하던 습관이 하나의 타성으로 자리 잡았고, 그런 타성은 골몰을, 골몰은 다시 세상에 대한 분별을 불렀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여타 동물과 다른 분기점이 “어떤 생각을 음미하는 개인적 생활시간의 길이 차와 그것의 일상화”라는 생각이다(17쪽). 제 생각의 반추동물로 허둥지둥 살아가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얘기다.

 그런 운명과 삶의 경로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내는 게 소설가의 임무일 텐데 김씨는 그 결과물로 생겨난 소설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소설이라는)조작물의 실상은 언제라도 생로병사 같은 근원적인 인간 비극에 희·노·애·락·애·오·욕·우·사·경·공·치 같은 심정적 추이가 어떻게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어슷비슷한, 좀 과장하면 천편일률적인” 경과보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52쪽). 소설 쓰는 예술가입네, 자만하지 말고 인기 장르 리스트에 갈수록 끼어들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목도하자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소설이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는 없다. 소설은 대개 세상과 인간을 정직하게 읽어내려는 노력의 흔적이 배어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 감상 특성상 숙독→이해→해석으로 이어지는 인식 과정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소설 삼아 느릿느릿 읽고 싶은 매뉴얼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S BOX] 글 잘쓰려면 …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쉬워야

소설 쓰기 노하우를 항목별로 정리해놓은 책이라 구미가 당기는 장(章)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김씨는 전달력을 높이려고 작심한 것 같다. 각 꼭지 뒤편에 글의 내용을 요약해 실었다.

 그 가운데 문장력에 기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 흥미롭다. 김씨는 그림, 노래, 악기 연주 등 다른 장르의 표현적 기량과 마찬가지로 소설 쓰기의 기초인 문장력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고도의 학습과 줄기찬 훈련의 반복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간단한 자기소개서조차 쓰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듯하다.

 그러면서 정확한 문장 쓰기를 강조했다. 정확은 문장은 어떻게 쓰나. 김씨는 ‘문장삼이(文章三易)’ 방식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문장을 알아보기 쉬워야(이견사·易見事) 하고, 뜻을 알기 쉬워야(이식자·易識字) 하며, 읽기 쉬워야(이독송·易讀誦)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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