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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펑-5B’ 과시하며 세계평화 강조한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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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천안문 성루 위의 박 대통령 ‘항일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천안문 성루에 올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정상급 외빈들 중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 맨 끝에 앉았다. 오른쪽부터 후진타오·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 [박종근 기자]
1만4000㎞의 사거리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둥펑-5B’. [CC-TV 캡처]

3일 열린 천안문 광장의 열병식은 몇 가지 점에서 중국 역대 정권의 열병식과 달랐다. 건국 60주년, 70주년 등 10년 주기로 개최해 오던 관례대로라면 2019년까지 기다려야 할 열병식을 항일전쟁 70주년에 맞춰 앞당긴 시기 선택이 우선 달랐다. 더 중요한 건 국제행사로 치렀다는 점이다. 51개국에 초청장을 보내 일본과 필리핀을 제외한 49개국 대표를 천안문 성루에 앉혔다. 국제사회에 발신할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 첫째는 ‘굴기’다.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국제사회에 중국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 말했다. 1만2000명의 장병과 500대의 첨단무기, 200대의 전투기가 펼친 지상 최대의 군사 쇼는 중국의 굴기를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였다. 열병식 규모뿐 아니라 디테일(세부)도 마찬가지였다. 오성홍기를 든 중국 의장대는 인민영웅열사비에서 국기게양대까지 정확하게 121보를 걸어갔다. 청일전쟁에 패해 ‘동양병자(東洋病者)’로 불리던 121년 전의 중국이 아니란 점을 되새기게 한 장치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연설에서 “70년 전의 승리로 중국은 세계 강국의 위치를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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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열병식의 또 다른 키워드는 ‘평화’였다. 얼핏 열병식과는 맞지 않는 개념이다. 시 주석은 ‘정의필승, 평화필승, 인민필승’이란 말로 연설을 맺었다. 그는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난 3월 보아오 포럼 연설에서도 똑같이 한 말이다. 시 주석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려는 발언을 하고 있다. 기념식 마무리로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려보냈다. 공장 가동 중지로 스모그가 사라진 베이징 하늘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시 주석 발언의 핵심은 “인민해방군은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고 밝힌 30만 명 감군 선언이었다. 하지만 감군의 이면은 굴기와 연결된다. 중국군에게 ‘감군’은 ‘강군’의 선결조건이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교수는 “시진핑 군사정책의 특징은 정예화로 사람이 많은 것과 적은 것과는 관계없다”며 “육군을 줄이고 해·공군, 포병, 사이버부대는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감군은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이어져온 큰 흐름이다. 1985년 덩은 100만 명을 줄였고 그 이후 후임자들이 97년 50만 명, 2003년 20만 명을 감축했다. 대신 미국의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잠수함 전력을 강화했고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 일단을 보여준 게 이날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5B와 항공모함 킬러인 둥펑-21D다.

 요컨대 중국은 굴기와 평화가 모순되지 않음을 호소하려 했다. 아직은 국제사회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서방 주요 지도자가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그런 연유다. 이 때문에 9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유엔총회 연설과 미·중 정상회담이란 외교무대는 열병식을 끝낸 시 주석에게 남겨진 더 큰 과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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