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400억 축포’ 3방 … 한국, 라오스 8대0 대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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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자축했다. 후반 29분 페널티 박스내 오른쪽 측면 사각 지역에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가운데). [화성=뉴시스]

8-0. ‘아시아 최강’ 한국 축구(FIFA랭킹 57위)가 약체 라오스(174위)를 상대로 속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400억원의 사나이’ 손흥민(23·토트넘)이 A매치 12·13·14호포를 잇따라 터뜨리며 ‘아시아 호랑이’의 발톱 역할을 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8-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전반에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과 손흥민·권창훈(21·수원)이 연속골을 터뜨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에도 손흥민의 두 골을 포함해 석현준(24·비토리아 세투발)과 권창훈·이재성(23·전북)이 잇따라 축포를 쏘아올려 경기장을 찾은 3만여 명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측면수비수 홍철(25·수원)은 3개의 어시스트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미얀마와의 1차전을 2-0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라오스와 역대전적에서도 4전 전승을 기록했다. 라오스는 월드컵 2차예선 초반 3경기서 1무2패에 그쳤다.

 실력 뿐만 아니라 몸값에서도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손흥민이 한국 공격의 ‘마스터 키’ 역할을 했다. 전반 초반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아 여러 차례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등 고전했지만 전반 12분 골맛을 본 뒤 해결사 본능이 살아났다. 미드필더 정우영(26·빗셀 고베)이 찔러준 볼을 홍철이 파고들며 받아 크로스했고, 손흥민이 정면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지난달 28일 몸값 3000만유로(약 400억원)에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로 건너간 손흥민의 이적 자축포였다. 전반 9분 이청용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손흥민의 추가골과 함께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전반 29분에는 권창훈의 대포알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뽑았다.

 후반전은 ‘손흥민을 위한 무대’였다. 후반 13분 홍철의 도움을 받은 석현준이 한 골을 추가해 4-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손흥민의 공격 본능에 불이 붙었다. 위협적인 드리블과 절묘한 패스, 위치를 가리지 않는 슈팅으로 한국의 파상 공세를 이끌었다. 후반 29분에는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신고했다. 페널티 박스내 오른쪽 측면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 지점이 골라인 부근 사각(死角)이었지만 볼이 골대와 골키퍼 사이 좁은 틈을 뚫고 네트에 꽂혔다.

 후반 44분에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위험지역 정면에서 골키퍼 위치를 확인한 뒤 감아찬 볼이 매끈하게 휘더니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45번째 A매치에서 3골을 보태 통산 14골을 기록했고, 경기 MVP로 선정됐다. 권창훈과 이재성의 골을 더해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최다골 축제가 완성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 위주로 나선 라오스전을 앞두고 ▶활발한 측면 침투 ▶과감한 중거리 슈팅, ▶정교한 세트피스를 해결책으로 꺼내들었다. 평소 활용하는 4-2-3-1 포메이션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하는 4-1-4-1 전형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석현준을 세우고 2선에 손흥민과 기성용(26·스완지시티)·권창훈·이청용을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은 지난 1년 간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면서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한 공격수 이정협(상주)과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대표팀의 이름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인구 680만명의 소국 라오스는 세미프로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22명 엔트리를 통틀어 신장 1m80cm가 넘는 선수가 전무했다. 실력 차를 감안해 90분 내내 최종수비수를 최대 7명까지 두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유지했지만 완패를 막진 못했다. 호주 출신의 스티븐 다비 라오스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은 11명의 포뮬러원(F1) 드라이버들이 경주하는 것 같았다. 듣던 대로 손흥민은 클래스가 달랐다”면서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우리 선수들 중 10명은 귀국하면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8일 레바논(FIFA랭킹 133위)과 원정 3차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영국 취업비자 발급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 레바논 원정에 동행하지 않는다. 레바논 베이루트는 열악한 축구 인프라 뿐만 아니라 불안한 치안으로 악명 높다. 한국은 최근 세 차례 레바논 원정에서 2무1패에 그치고 있다.

화성=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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