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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감 증인 면제로 이권 챙기는 ‘암거래’는 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정감사를 빙자한 국회의원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기업인을 무더기로 증인으로 불러 군기를 잡는 ‘호통 국감’, 기업 오너를 호출해 망신 주는 ‘기업 길들이기 국감’은 예사다. 증인 채택 철회를 미끼로 지역구의 민원이나 이권을 챙기고 향응을 제공받는 일까지 있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수퍼 갑의 횡포 수준을 넘어 범죄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증인 채택 철회를 대가로 의원들이 이익을 챙기는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모 건설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지역구의 하청업체에 미지급금을 지불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증인 신청을 철회해줬다고 한다.

야당 여성비례대표 의원은 증인으로 신청했던 모 중견기업 회장 부인을 증인 명단에서 빼주는 대가로 자신이 활동했던 시민단체와 함께 사회공헌 재단을 만드는 사업 제안을 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기업들은 부당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불이익이나 보복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의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왜 매년 국정감사 때면 기업인들이 줄줄이 호출돼 물의를 빚는지, 또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의원들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지 그 속사정이 증언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증인 신청이란 무기를 앞세워 기업을 압박한 후 의원 개인의 이익을 챙기거나 지역구 민원과 맞바꾸는 이런 ‘암거래’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일부 국회의원 보좌관은 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성접대 요구를 한 경우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들의 도덕적 해이와 타락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국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민원 해결의 수단으로 국정감사를 악용하고 있는 의원들을 솎아내는 자정운동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파렴치한 암거래가 재발되지 않도록 국정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