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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가스’중학생 “칼 보면 찌르고 싶은 생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 양천구의 A중학교에서 지난 1일 부탄가스를 터뜨린 이모(15)군이 최근 전학 적응교육을 받으러 다니던 대안학교에 칼을 갖고 등교했고 이런 사실을 교사에게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은 평소에 “나쁜 생각이 드는 게 싫고 제어가 안 돼 겁이 난다”고 말했으며 최근엔 매주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A중학교에 다니다 1년여 전 서울 강남의 B중학교로 전학 간 이군은 교우관계가 좋지 않아 다시 중랑구의 대안학교로 전학하기로 하고 지난달 24일부터 적응교육을 받아 왔다. 1일은 정식 등교날이었다.

 해당 대안학교 관계자는 2일 “지난달 28일 수업 도중 이군이 갑자기 ‘제과·제빵 수업시간에 식칼을 보니까 사람을 찌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배 안에 숨겨 가지고 왔다. 칼을 가지고 있으니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군이 ‘ 아주 큰일까지 내는 상상도 하지만 너무 무서워 그렇게는 못한다. 빨리 (병이) 낫고 싶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군 어머니께 입원 치료시키라고 권했는데 담당 의사 소견이 대안학교를 다니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어서 입학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평소 영화감독이 꿈이고 공포물이나 테러 등을 소재로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군을 검거한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현주건조물 방화와 절도 혐의로 이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군은 1일 오후 1시50분쯤 A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현금 7만3000원과 신용카드 등을 훔치고 부탄가스 폭발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군은 범행 후 다른 학교에 불을 내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휘발유 500mL를 훔치고 폭죽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지난 6월 말에는 B중학교 화장실에서 스프레이에 휘발유를 뿌려 방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군은 경찰에서 “B중학교 친구들이 미워서 혼내 주고 싶었는데 경비가 삼엄해 전에 다니던 A중학교로 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군은 또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범행 수법을 익혔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과 택시를 갈아타면서 도망 다녔다”고 말했다.

채윤경·채승기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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