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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윤 기자의 교육카페] 이웃과 사는 법, 엘리베이터 예절 가르치셨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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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며칠 전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겪은 일입니다. 지하주차장에서 탄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섰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엄마가 들어왔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같은 동 주민으로 생각돼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내리길래 “안녕히 가세요” 했더니 그 엄마도 “네, 안녕히 가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채 닫히기 전, 아이가 엄마에게 한 말이 제 귀에 꽂혔습니다. “엄마! 아는 사람이야?” 곧바로 엘리베이터가 닫혀 엄마의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대도시에서 엘리베이터 타기는 우리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지하철 전동차 출입 문화와 견줘보면 엘리베이터 관련 문화는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한 달 전 중학교 1학년 딸아이와 동네 상가에서 겪은 일에서 이런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입구 한쪽에 비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다른 두 사람이 와서 엘리베이터 입구 정중앙에 섰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렸는데 딱 두 사람만 탈 수 있는 공간이 비어 있었습니다. 결과는 독자 여러분 짐작대로입니다. 저희 부녀는 엘리베이터에 못 탔습니다.

 “아빠는 바보야. 먼저 와서도 엘리베이터를 놓치고.” 딸아이에게서 핀잔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행동이 맞는 거야.”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와도 “저희가 먼저 왔는데요!”라며 우선권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과 좁은 공간을 공유하는 특이한 곳입니다. 15인승의 면적이 2.1 정도입니다. 그래서 남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고 실천하기에 엘리베이터만 한 배움터도 없습니다.

 그날 저녁 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올 때 입구를 막아서도 괜찮을까.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이 타려 할 땐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 바짝 붙은 채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학교에서 엘리베이터 예절을 배운 적 있니”라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적 없다”고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범절은 학교보다 가정에서 우선 가르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엘리베이터 예절은 특히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학교에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탈 기회는 드물 테니까요. 혹시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불쾌한 일은 겪지 않으셨나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그 짧지만 강렬한 불편함은 이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성시윤 교육팀장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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