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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머리’ 이승우 … 마음같지 않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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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승우는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머리를 핫 핑크로 물들였다. 2일 나이지리아와 수원컵 1차전에서 상대 선수 태클을 피해 돌파를 시도하는 이승우(오른쪽). [수원=뉴시스]

지난달 24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 17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된 공격수 이승우(17·바르셀로나B)가 머리 전체를 ‘핫 핑크’로 물들이고 나타났다. 축구계 안팎의 반응은 “축구는 팀 스포츠인데 동료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것 아니냐”와 “선수의 머리색까지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이승우는 “머리색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한국에 오면 새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종종 염색을 한다”고 답했다.

 ‘튀는 머리’의 비밀은 곧 풀렸다. 이승우 측 관계자는 “지난 5월 수원 JS컵 18세 이하 국제청소년대회에 이승우의 할머니가 찾아왔지만 눈이 침침해 손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이승우가 염색 아이디어를 냈다”면서 “맞벌이 하는 부모님 대신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에 대해 승우가 특별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축구팬들은 ‘효심의 핫 핑크’라고 부르고 있다.

 2일부터 6일까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수원컵)’는 이승우가 효심 뿐만 아니라 축구 실력도 입증할 기회다. 17세 이하 대표팀 소속으로 나이지리아·크로아티아·브라질 등 대륙별 강호들과 잇달아 대결한다. 나이지리아는 2013년 17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팀이다. 브라질은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17세 이하 FIFA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우리와 본선 B조 조별리그에서 만날 경쟁자이기도 하다.

 2일 나이지리아와 첫 경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승우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니면서도 밀집 수비에 묶여 좀처럼 슈팅 찬스를 잡지 못했다. 후반 35분에 시도한 회심의 헤딩슈팅은 골대를 외면했다. 한국은 전반 3분 박명수(대건고)의 왼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이상헌(현대고)이 뛰어들며 헤딩슈팅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전반 27분 나이지리아 방보예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경기 후 이승우는 “할머니도 보러 오셨는데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내 목표는 월드컵이다. 수비력과 공격력을 잘 키워 다가올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4일 크로아티아, 6일 브라질과 맞붙는다. JTBC3 FOX SPORTS가 수원컵 전 경기를 단독 중계한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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